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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서정민] 흔들리는 중동 민주주의 이정표 터키

“6시간 만에 쿠데타는 끝났지만 권위주의와 이슬람주의 회귀는 국제정세 악재”

[시사풍향계-서정민] 흔들리는 중동 민주주의 이정표 터키 기사의 사진
지난 15일 발생한 터키의 군부 쿠데타가 6시간 천하로 끝났다. 미국, 유럽, 그리고 유엔은 합법 민주정부를 즉각 지지했었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는 ‘피의 숙청’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터키 정부의 법치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위기를 모면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이 대규모 체포와 파면을 단행하고 있고, 주동자 처벌을 위한 사형제 부활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중 가장 민주화한 체제로 평가받는 터키의 정국이 안갯속으로 향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쿠데타에 반대하고 합법 정부를 지지한 이유는 터키의 상징적 중요성 때문이다. 터키는 중동 민주주의의 이정표다. 1922년 공화국 선포 이래 90여년 세속주의에 바탕을 두고 민주적 절차를 이행해 온 유일하고 대표적인 중동 내 이슬람 국가다. 중동 내 지식인은 물론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권이 교체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도 향후 민주주의 정착의 모델로 터키를 언급해 왔다. 그런 터키가 흔들리게 되면 중동 민주주의 행보의 방향키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쿠데타 실패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이 권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터키는 총리의 권한이 강한 내각책임제 국가다. 하지만 2014년 터키 역사상 최초로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3선 총리를 지낸 후 소속 정당의 당헌에 따라 4선을 할 수 없게 되자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다. 에르도안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대통령의 권한도 강화해 국회소집권, 법령 재심의 요구권, 고위관리 임명 최종 승인권 등 상징적 존재 이상의 정치적 역할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식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군부가 쿠데타에 나선 것이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슬람주의로 향하는 터키의 정치와 사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1년 설립된 이슬람주의 정의개발당 당수다. 1990년대 추락하던 경제로 불만이 쌓인 서민층을 이슬람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해 집결시켰다. 총선에서 승리해 빠르게 경제를 안정시켜 지지를 확대하고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다.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시민의 모습이 현 정권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반영한다. 공원에서의 음주와 키스를 금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있었다. 2013년 탁심 광장 대규모 시위는 에르도안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세속주의 청소년의 저항이었다. 군부의 쿠데타는 이때부터 서서히 준비되기 시작했다.

터키 정치가 권위주의 및 이슬람주의로 회귀한다는 것은 중동은 물론 서방에도 악재다. 터키는 오랫동안 서방과 중동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 왔다. 중재자로서의 중심도 잡아왔다. 전략적인 역할도 중요했다. 구(舊)소련은 물론 러시아와의 경쟁에서도 서방의 전초기지였다. 러시아 해군의 이동로를 막을 수 있는 국가였다. 1962년 핵전쟁 위기까지 향했던 쿠바 미사일 사태도 미국이 터키에 소련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발생했다.

직면한 문제는 극단 이슬람주의 테러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미칠 악영향이다. 터키는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부와 가장 긴 국경을 접한 국가다. 때문에 IS의 테러 공격이 가장 많은 나라다. 시리아 난민 300여만명도 현재 터키에 있다. 이 중 적지 않은 지지자, 동조자가 포함돼 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은 터키 남부의 인지를릭 공군기지를 IS 공습의 전진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미군 3000여명도 이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테러 연루자 신병 인계 등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한다면, IS 격퇴 작전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터키의 상황이 중동 및 국제 정세에 중대하고도 새로운 변수가 됐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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