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이동훈] 알파고, 포켓몬고, 둘리고(?) 기사의 사진
요즘 주식시장에서는 4차산업과 관련된 IT주들이 테마주를 형성하며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고 있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이 차세대 우리 경제를 이끌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 덕이다.

관련 개별 종목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개인투자자들이 부나비처럼 몰려다니느라 부산하다. 전기차가 유망하다는 얘기가 들리면 화학업종으로, VR이 뜨면 관련 종목으로 떼를 지어 돌아다닌다. 최근엔 일본의 유명한 포켓몬 캐릭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게임 포켓몬고가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자 개미들이 다시 관련 종목으로 ‘몰빵’하고 있다. 투자에 부화뇌동한다고 해서 개인투자자들을 개미라고 부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른바 상한가 범위가 15%에서 30%로 확대된 이후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개중엔 대박을 터뜨리는 개미들이 있기도 하지만 다수는 이른바 ‘급등주’만 쫓아다니다 결국 원금만 까먹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증시에서 이런 모습은 최근 몇 년간 우리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뭣이 중헌지’ 모른 채 좌고우면하는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냄비정책’은 개미투자자들을 쏙 빼닮았다.

올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충격을 받은 당국자들은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다른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해 AI 지원에 나서기로 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다. 수년 전 미래 먹거리로 칭송받던 AR은 어떤가. 포켓몬고가 출시된 다음 날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미래 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보고한 5대 분야에 AR은 제외돼 있었다. 기업들 사이에 바람이 불고 있는 VR만 신산업에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포켓몬고 열풍에 ‘충격’을 받은 관리들이 역시 다음 진흥회의 때 신산업분야로 한국형 토종 캐릭터를 앞세운 ‘둘리고’나 ‘뽀로로고’ 등의 지원책을 추가할 것이 뻔하지 않겠느냐고 비아냥댄다.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게임강국이라고 으쓱대던 우리 사회가 속초로, 고성으로 다른 나라 캐릭터인 포켓몬을 잡으러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지 서글픈 단면이 드러난다. 우리 정부는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수입을 차일피일 미루다 2년 뒤인 2009년 시장을 열었다. 그것도 모자라 모바일에 깔리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허용되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시장을 여느냐 마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다 세월만 보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보다 실력이 뒤져 있던 핀란드 등 외국은 게임산업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 부으며 추격했다. 이제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우리 기업체는 미국 일본 중국 핀란드에도 한참 밀려 간신히 20위권에 들 정도로 추락했다.

정부는 미국을 필두로 강대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선도했다며 자랑만 할 일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 앱 개방 속도에서 보듯 정부 당국자들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표방하면서도 가슴속엔 보호무역이라는 빗장을 걸어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왜 세계에 알파고, 포켓몬고를 내놓지 못하는가.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기업에 갑의 위치에 있다는 우월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R&D 지원 자금을 틀어쥐고 떡고물 나눠주듯 기업들의 줄을 세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눈치만 보니 ‘창조경제’가 발현돼 전 세계를 흥분시킬 몬스터 게임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것만 빼앗아 가는 생태계 교란행위를 서슴지 않고 외국 기업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모방만 일삼는 것이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