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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30> 체험에 대한 착각

[축제와 축제 사이] <30> 체험에 대한 착각 기사의 사진
경기도 한 축제장의 페이스페인팅
‘나비 그려줄까? 호랑이 그려줄까?’ 수십 개 부스가 나열돼 있는 지역축제의 체험 코너에 가면 자원봉사자가 꼬마들에게 반복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페이스페인팅 체험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 대학생이거나 솜씨 좋은 부녀회 어머니인데 주로 전문성보다 진정성으로 그림을 그린다.

체험일색인 한국 지역축제. 우리는 정말 체험을 좋아하는 걸까. 페이스페인팅, 비누 만들기, 가훈 쓰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탈 만들기, 부채 만들기, 찰흙인형 만들기, 풍선아트…. 주제가 무엇이든 지역축제장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체험 부스들이다. 지자체 축제들이 체험 부스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평소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던 넓은 부지를 축제장으로 꾸미다 보니 체험 부스들이 울타리 역할을 해 휑한 느낌을 잡아준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관객의 즐길거리가 되기도 하고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사이사이를 메워 방문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문제는 어느 축제장이나 똑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복사한 듯 재현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만 봐서는 어떤 축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해외 축제에선 체험이란 말을 별로 쓰지 않는다. 방문객 취향에 맞게 즐기도록 놀이 프로그램이 곳곳에 소개되지만 획일적이지 않다. 체험의 개념이 탈이든 부채든 내가 꼭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실내에서 듣던 피아노 공연을 넓은 초원에서 노을을 배경삼아 색다르게 듣는 경험도 훌륭한 이색 체험이 될 수 있다. 체험의 범주는 어디까지이며 우리는 정말 지금의 축제장 체험 패턴에 만족하는 걸까. 유독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인에게 몸소 뭔가를 하게 하는 놀이장치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복사한 듯한 나열식 체험 부스보다는 지역 특성 혹은 축제의 주제가 잘 반영된 체험 아이디어가 시급해 보인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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