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정의 삶의 안단테] 공동체, 기억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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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려진 인류의 미래는 대부분 외계인이 지구를 점령하거나, 우리 스스로 문명을 멸망시키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SNS에서 사자와 같은 동물과 교감하는 사람들의 동영상을 볼 때는 ‘사자와 어린양이 뛰어놀며, 어린아이가 독사우리에 손을 넣는 천국’과 같은 미래도 소망해 본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훈훈한 소식보다는 위협을 느끼게 하는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몇 달 간 프랑스와 터키 이스탄불 공항 등 지구촌 곳곳에서, 그리고 필자가 현재 잠시 머물고 있는 미국에서도 불행한 사건들이 많았다.

얼마 전 플로리다 동성애자 클럽 총기사건, 백인경찰의 흑인사살사건 등으로 어수선한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TV에 나와서 이야기했다. 흑인으로 살아오면서 인종 편견을 깊이 체험했을 그는 사건 이해 당사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태도로 공감을 표현한 후 흑인 편을 이해하라거나, 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행정부의 경찰 시스템에 대한 대국민 사과나 옹호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신중한 태도로 많은 요소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득했다. 교육시스템, 정부의 공적지원과 커뮤니티 내부 사람들의 심적 지원, 경찰관의 안전과 매뉴얼 수행의 어려움 등을 상기시키고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강하게 찍으면서, 위로를 지나 차가운 지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불완전한 현재를 다 함께 건너가야 한다. 슬프게도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비리 사건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 불신의 깊이를 더하고 있지만, 몇 명의 잘못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절망적으로 그리진 말자.

21세기의 커뮤니티에서는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구성원들이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복잡한 사회조직의 안정된 유지와, 확장된 개인의 영역과 정체성을 지켜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사회문제를 당장 효율적으로 처리 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전체에 대한 이해가 더 긴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는 정말 변하고 있는데 구성원의 이해가 1960년대, 70년대에 머물고 있다면 어떻게 급변하는 우리의 환경을 가다듬고 멋지게 생존해 낼 수 있을까. 구성원들의 이해의 질이, 우리사회 전체의 수준이 될 것이다.

공동체의 확장인 국제관계의 현실로 가면, 더 치열하고 소통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겠으나, 결국 한명 한명의 전체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인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 개개인은 선하고 누구나가 자신이 처한 상황 하에선 최선을 다한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 내가 속한 교회의 공동체가 따뜻했기 때문에, 열심히 서로 도우면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항상 소중했다.

그래서 공동체의 기억과 신뢰를, 도시나 국가, 그리고 지구촌 커뮤니티에 실제적으로 적용하려는 용기와 인식의 확장을 나 자신과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소망하고 있다. 어떤 영화에서 표현하는 멸망한 인류의 미래가 아닌, 사자와 어린 양 그리고 어린아이가 함께 노는 아름다운 미래를 믿고 싶다.

약력=△서울대 음대 졸업△한세대 피아노과 교수△음악NGO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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