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정태] 검찰을 바로 세우려면 기사의 사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이 말은 대한민국 조직에서 검찰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사실 절대 권력은 청와대에 있지만 그 주인은 5년마다 바뀌기에 영속적이지 않다. ‘권불오년(權不五年)’이다. 비대한 권력을 영원히 잡고 있는 유일한 곳은 검찰이다. 정권은 유한하되 검찰은 영원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외부세력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총수마저 쫓아내는 게 검찰이다. 이명박정부 말기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카드로 자리를 보존하려 했다가 ‘검란(檢亂)’으로 내쫓겼다.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한 간부들의 집단쿠데타가 발발한 데 따른 것이다. 2011년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김준규 총장이 임기를 한 달 정도 남기고 떼밀리듯 퇴진했다. 당시 대검 검사장들은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항의 표시로 집단사의 소동을 벌였다.

조직의 총수까지 자리에서 끌어내리면서 지키려는 게 바로 자신들의 특권이다. 우리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직접 수사권, 경찰 수사 지휘권, 영장청구권, 독점적 기소권, 기소재량권, 공소취소권, 형집행권 등 권한이 막강하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검찰도 이렇지 않다. 게다가 선진국들엔 어떤 형태로든 검찰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구비돼 있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데 재량은 광범위하다. 그러니 폐쇄적 엘리트주의로 똘똘 뭉친 오만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대다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 정치검사와 부패검사가 독버섯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현직 검사장인 홍만표 진경준의 현관(現官)과 유착된 전관 비리, 기업과 유착된 뇌물 비리 사태가 괜히 발생한 게 아니다. 무소불위 권력이 암세포와 같은 부패를 잉태한 것이다. 그 암세포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진경준 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와 사정의 중추신경으로까지 전이된 암세포를 확인한 것”(심상정 정의당 대표)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혹독한 항암치료가 시급하다.

치료제로는 검찰 권력을 감시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 적합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제2의 진경준이 나오지 않도록 자체 개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더욱이 홍만표를 둘러싼 현관 비리 의혹에는 아예 눈감고 있다. 그런 검찰의 셀프 개혁은 믿을 수 없다. 공수처는 노무현정부 시절 적극 추진했지만 도입에 실패했다. 검찰의 조직적 반대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노무현의 회고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노무현 ‘운명이다’)

공수처만으로는 근원적 해법이 되지 않는다. 모든 권력은 나누어야 부패의 싹이 트지 않는 법이다. 검찰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는 이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2의 치료제다. 사법제도가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인 일본의 경우에도 1차적 수사는 경찰, 2차적 수사는 검찰이 담당한다. 경찰의 자질을 믿을 수 없다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도덕불감증에 자정기능까지 상실한 검찰이 반대할 명분도 사라졌다. 이젠 여소야대 국회가 국민적 여망을 담아 타율적 검찰 개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그리고 무너진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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