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72)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클리닉] 시대 이끄는 名칼잡이들 기사의 사진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클리닉 의료진이 ‘다빈치Xi’ 로봇수술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용진, 홍진화, 신정호(산부인과장) 교수. 서영희 기자
고려대구로병원 산부인과가 각종 부인과 질환을 로봇수술로 치료해 한국 여성건강 지킴이의 선두에 서겠다고 25일 선언했다. 지난해 말 새로 도입한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Xi’를 올해 들어 각종 부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 도화선이다. 로봇 수술이란 첨단 수술 기구인 로봇을 환자의 몸에 장착하고 수술자가 원격 조종하여 시행하는 복강경(골반경) 수술을 말한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수술을 시행하는 치료행위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 복강경 수술을 ‘골반경’ 수술로 부른다. 산부인과 복강경 수술이 주로 자궁, 난소, 생식기 등 골반 내 장기를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다빈치Xi 시스템은 환부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손(팔)을 환자의 몸속에 삽입한 후 의사가 원격 조종해 수술을 진행한다. 현재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클리닉에서 사용하는 다빈치Xi 모델은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로봇수술 시스템이다. 기존 기종보다 훨씬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집도의가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시야를 확보하고, 실제와 거의 똑같은 초고화질 3차원 입체영상을 통해 환부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주위 신경과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수술을 정교하게 진행해 수술에 따른 후유증과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첨단 의료장비일수록 뛰어난 의료진과 함께 할 때 효과가 배가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로봇수술클리닉은 같은 기종의 로봇수술 장비를 갖춘 국내 어느 병원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최우수 교수들로 의료진을 구축했다.

현재 산부인과 과장을 맡고 있는 신정호(44) 교수와 이재관(51), 김용진(45), 홍진화(42) 교수팀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골반경클리닉, 부인암클리닉, 폐경기클리닉, 불임클리닉, 가임력보존클리닉 등 5개 특수클리닉을 기반으로 로봇수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로봇수술에 관한 최신 정보와 지식은 물론 수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워크숍과 심포지엄도 수시로 연다. 1980년대 중후반 부인과 질환 치료에 골반경 수술을 도입해 국내 최초로 골반경 광범위 전(全)자궁절제 수술에 성공하며 국내 의료계에 ‘골반경 바람’을 일으킨데 이어 지금은 ‘로봇 골반경(복강경) 수술’ 시대를 선도할 기세다.

로봇수술은 집도의가 로봇 팔을 빌려서 진행하는 수술이라 복강경 수술경험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안전성과 치료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신정호 교수팀은 최근 30년간 연평균 1000건 이상의 골반경 수술을 집도해 왔다. 그 결과 로봇수술을 임상에 적용하는데 흔들림이 없다.

특히 자타 공인 ‘칼잡이’로 정평이 난 이재관 교수는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에 대한 골반경 수술 경험을 로봇수술에서 그대로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인암 전문 홍진화 교수는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난소암 치료에도 로봇 골반경 수술을 적용해 높은 생존율을 시현하고 있다. 부인암 수술 시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시야가 더 넓어지고 선명해진다. 림프절 절제나 ‘자궁방 조직’ 절제와 같은 고난이도 수술을 할 때 합병증, 신경 손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점이 있다.

현재 로봇수술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부인과 질환은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절제술은 자궁을 보전하면서 근종만 절제한 후 정확하고 정교하게 봉합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자궁 근종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깊을 경우 복강경 수술만으로는 정밀도에 한계가 있어 향후 임신 시 자궁파열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그동안 자궁근종 환자가 미혼 여성일 경우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홍 교수는 “자궁근종을 절제해야 하지만 가임 능력을 유지시켜야 하는 경우에 특히 로봇수술이 유용하다”며 “수술 시 미세한 손 떨림까지도 잡을 수 있어 보다 세밀한 봉합을 통해 수술 후유증 및 합병증을 극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흉터도 작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이점까지 누리게 된다. 불임 전문인 김용진 교수는 “불임환자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 로봇을 활용하면 조직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수술 후 임신 성공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로봇수술은 골반 장기 탈출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골반 장기 탈출증은 폐경 이후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이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병이다. 이 분야는 신정호 교수가 전문이다. 신 교수는 최근 로봇수술을 골반 장기 탈출증 치료에 적용해 장·노년 여성들을 100명 이상 구해줬다. 신 교수는 그물망으로 장기를 받쳐줘 질 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는 한국형 그물망 수술법도 개발했다. 신 교수는 “골반경 수술 시 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후 환자 삶의 질도 훨씬 좋아져 만족도가 높다”며 “부인과 질환 치료에서 로봇수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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