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혼자서는 못 내…” 모여서 인강 듣는 학생들 기사의 사진
대학생 한모(22·여)씨는 지난달부터 방학이지만 꾸준히 학교에 나가고 있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그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토플(TOEFL) 스터디(공부 모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씨의 모임은 과제를 해온 뒤 서로 맞춰보거나 공부법을 공유하는 일반적인 스터디와 다르다. 빈 강의실에 모인 뒤 함께 인터넷 동영상으로 된 토플 강의를 본다. 강의당 20만∼30만원 정도하는 비용은 1명이 대표로 결제했고,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똑같이 나눠 부담했다. 한씨는 24일 “이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하나에 수십만원 하는 수강료가 부담스러워 모임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인터넷 강의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외국어 시험뿐만 아니라 공무원시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등으로 강의 분야가 다양해졌다. 인기를 끌자 80만원 넘는 고가 인터넷 강의도 등장했다. 그러자 어떻게든 강의를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들은 ‘인터넷 강의 스터디’ ‘계정 공유’ 등 다양한 꼼수를 동원한다. 인터넷 강의업체는 각종 대응책을 내놓으며 수강생들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8)씨는 친구와 인터넷 강의 사이트의 계정을 공유한다. 과목당 20만원은 기본이고, 최대 50만원을 넘는 공무원 시험 관련 인터넷 강의를 5개나 듣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인터넷 강의 업체가 같은 계정으로 동시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오전에는 김씨, 오후에는 김씨의 친구가 ‘로그인’을 한다. 김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게 부담스러워 친구와 계정을 공유하고 절반씩 비용 부담을 한다”고 말했다.

편법의 시작은 인터넷 강의 동영상 파일을 무단복제하거나 녹화한 일명 ‘어둠의 강의’(둠강)였다. 업체들은 ‘둠강’을 막기 위해 다운로드 횟수 제한, 등록된 기기에만 다운로드 허용이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계정 공유라는 새로운 방법이 나왔고, 최근 업체들은 강의를 듣는 회원의 ‘접속 IP’를 관리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다른 IP가 동시에 접속하면 계정을 정지하고, 물리적으로 동떨어진 거리에 있는 서로 다른 IP에서 접속하면 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특정 장소에 모여서 함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스터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 스터디나 계정 공유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다. 인터넷 강의 업체는 부정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부정하게 강의를 들은 사실이 적발되면 회원자격을 정지한다. 수차례 반복되면 회원자격을 박탈하기도 하지만 인터넷 강의 스터디를 적발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례마다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강의 영상을 녹화해 유포하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경우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스터디를 하며 인터넷 강의를 공유한 것은 학원에서 회원자격 정지 등을 통해 제재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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