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손글씨에 담은 복음의 온기, 온 세상에 닿기를”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

[예수청년] “손글씨에 담은 복음의 온기, 온 세상에 닿기를” 기사의 사진
캘리그래피 한성욱 작가가 최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글씨를 쓰게 된 계기와 소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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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를 나무랐다. “글씨가 엉망이구나. 글씨는 사람의 얼굴인데….” 엄마는 아이를 서예학원에 보냈다. 그때부터 글씨가 예뻐졌다. 친구들은 성(姓)이 ‘한씨’였던 이 아이에게 ‘한석봉’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최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캘리그래피 작가 한성욱(36·서울 주는교회)씨를 만났다.

◇아름다운 것들=한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속옷회사에서 10년 정도 상품기획과 디자인을 했다. 월급날만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뒤 말씀묵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그날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글씨로 예쁘게 적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 작가의 캘리그래피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곧잘 그렸다. 미술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회사에 취직하면서 붓을 내려놓았다. 어느 날 두 딸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연필로 그렸는데 8년 만에 그린 그림치곤 꽤 만족스러웠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썩히기 아까워 40여명의 교인에게 증명사진을 받은 뒤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캐리커처 밑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적은 뒤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재능기부 차원이었지만 선물을 받아든 교인들은 고마워하며 조금씩 돈을 줬다. 한 작가는 그렇게 받은 돈 32만원을 헌금하며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 작가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거부했다. 하나님이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사랑하시듯 글씨에도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서도 배우지 않고 쓰고 또 쓰면서 자신만의 글씨체를 만들었다.

“세상엔 똑같이 따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지문하고 서체예요. 누구나 자기만의 글씨체를 가지고 있어요. 세상은 ‘아름다움은 이런 것’이라고 규정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서로 다른 우리를 다 예쁘고 아름답게 보고 계세요. 비단 글씨가 아니더라도,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하는 말=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묵상 글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한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래서 그의 글은 청자(聽者)가 모두 자신을 향해있다. ‘오 주님, 당신은 내 삶 구석구석까지 감찰하시며 나를 응원하시는 분.’ ‘나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 없네.’ ‘십자가 그 사랑이 나를 정케 했고 십자가 그 사랑이 나를 살리셨네.’

글씨를 올리면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른다. 한 작가의 글씨에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실제로 하나님을 모르는 한 교사가 자신의 캘리그래피를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적은 글이었다. 교사는 “하나님을 모르지만 글씨의 따뜻함이 좋다”고 했다. 복음은 이런 식으로도 전해지고 있었다.

전업작가이지만 재능기부도 마다 않는다. 건강이 안 좋은 어머니에게 캐리커처를 선물하려는 중학생, 미자립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대학교 기독동아리에 재능을 나눠줬다.

그는 굳이 ‘사역’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하나님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지난해 4월부터 수강한 예학당 수업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나의미래공작소(대표 김준영)에서 운영하는 예학당은 ‘예술이 예수를 만나다’라는 모토로 젊은 크리스천들이 예술과 철학에 대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한 작가는 세상 곳곳에 복음을 새기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휴대폰케이스 우산 머그잔 텀블러 등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물건에 예쁜 글씨로 말씀을 적어 넣고 싶다는 것이다.

“따뜻한 글씨가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크리스천뿐 아니라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말이죠. 그게 요즘 저의 기도제목입니다.”

글·사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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