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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한상훈] 공직자비리수사처는 屋上屋 아니다

“정치 중립적 방향으로 공수처 설계하고, 야3당은 큰 틀에서 법안에 합의해야”

[시사풍향계-한상훈] 공직자비리수사처는 屋上屋 아니다 기사의 사진
최근 수임료 수백억원에 달하는 전관비리 사건으로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 기소됐고, 넥슨으로부터 120억원대의 뇌물 특혜를 받은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되는 등 일련의 검찰비리가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공직자 검증과 비리를 감시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전 대검 수사기획관)의 비리 의혹도 점입가경이다. 2∼3년 단위로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등 대형 검찰비리 사건이 터지고, 비리 규모는 억 단위에서 100억 단위로 급증했다.

대한민국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사정기관의 중추이어야 하지만 오히려 검찰 자신이 비리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검찰이 썩으면 사회의 모든 분야가 썩는다. 외부로부터 강도 높은 개혁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 방안으로 검찰 인사의 혁신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떠올랐다. 지난 10여년간 권력형 비리나 뇌물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해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여당과 청와대, 검찰은 갖은 이유를 들어 좌절시켰다.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고, 부작용 없는 수술이나 치료약도 없다. 하지만 병이 커지고 있는데도 치료를 외면하는 것은 사실상 묵인이나 다름없다. 공수처에 대한 몇 가지 잘못된 비판을 아래에서 살펴본다.

첫째,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잘못된 비유다. 오히려 정확히 말하자면 공수처는 옥외옥(屋外屋)이다. 기존의 검찰이라는 집은 크고 화려하지만 물이 새고 더군다나 대들보는 기울어서 위험하다. 살아 있는 권력형 범죄의 수사에 허점이 있고 정치적으로 불공정해 오로지 그 집에 의지하고 있는 국민은 위태로운 것이다. 따라서 검찰 외부에 독립적인 공수처를 만들어 권력형 부정비리와 뇌물사건을 담당하게 하려는 것이다. 공수처라는 집은 작지만 아담하고 견고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수처가 정치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오히려 공수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다. 그렇게 되도록 공수처장과 소속 검사(수사관)의 임명절차 및 권한을 설계해야 한다. 공수처장이나 수사관은 전국적 순환보직이나 요직이 따로 없으므로, 사명감과 자긍심에 의한 책임 있는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처장이나 수사관의 재산등록과 공개를 강화하고, 퇴임 후 취업 제한도 명문화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공수처 직원의 비리는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하면 기관 간 견제와 균형, 민주적 원칙이 작동할 수 있다. 현재의 검찰은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공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무소불위 조직이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질서의 비민주적 권력기관이다. 견제와 균형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특별감찰관제나 특별검사제도는 모두 공수처에 반대해 도입된 제도로 각자의 순기능이 있기에 공수처 도입 시 발전적으로 재조정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공수처 법안 발의에 동의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제20대 국회는 야당이 다수를 점하므로 어느 때보다 공수처 설립의 희망이 크다. 하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작은 쟁점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서로 통 크게 합의하는 등 큰 틀에서 공수처 법안 통과에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청와대와 집권여당도 진정으로 부정부패 척결의 절실함과 국민의 좌절·분노를 직시한다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한상훈 법학전문대학원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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