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이용수] “축구장 역시 하나님 뜻이 펼쳐지는 곳, 철저히 준비하고 기도하는 게 내 역할”

이용수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 단장

[나와 예수-이용수] “축구장 역시 하나님 뜻이 펼쳐지는 곳, 철저히 준비하고 기도하는 게 내 역할” 기사의 사진
이용수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 단장이 최근 서울 세종대 교정에서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살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지나고 보면 내게 최고의 과정이었음을 하나님은 알게 하셨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27일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대표팀의 조별 리그 첫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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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6월 14일 새벽,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 이용수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박항서 코치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1승 1무의 한국은 이날 포르투갈전 결과에 따라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 포르투갈은 강팀인 데다 미국전에서 다친 박지성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새벽 4시쯤, 박 코치를 보내고 혼자 있던 이용수에게 어디선가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찬송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성경을 펼쳤다. 시편 42편, 주변 비웃음에 낙심한 시편 기자의 모습이 꼭 내 얘기 같았다. 한참을 통곡하며 울었다. 그러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는 5절이 반전처럼 다가왔다. 똑같은 말이 42편 11절, 43편 5절까지 세 번이나 나왔다. ‘하나님이 도와주시려나보다’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그날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박지성이 결승골을 넣으면서 한국은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는 월드컵 내내 노트북에 ‘대국민사과문’을 띄워놓고 살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엔 바로 축구협회를 떠났다.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KBS 해설위원 등을 하며 지냈다.

2013년 한국 축구 위기론이 대두하면서 사람들이 다시 그를 찾았다. 미래전략기획단장으로 복귀했고, 이듬해 7월 다시 기술위원장을 맡았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에 이어 이번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 단장을 맡아 브라질로 떠나기 전, 이용수(57)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세종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부담은 되지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며칠 전 새벽기도 중, 하나님이 ‘2002년에 처음부터 4강에 올라갈 것이라고 했으면 어떠했겠냐’고 물으시는 듯 했다고 한다. ‘그럼 걱정 안하고 큰소리치면서 기술위원장 역할을 잘 했겠죠’라고 생각하던 중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월드컵 우승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승리를 십자가를 통해 이미 이뤄놓았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느냐’고 말씀하시는 듯했다는 것. 그는 “그때부터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를 브라질로 다시 보내시는 이유가 있을 텐데 제가 거기에 있음으로써 하나님께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가 하나님을 만난 건 짧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오른 미국 유학길에서였다. 상업은행과 럭키금성 축구단을 거쳐 할렐루야 프로축구단으로 이적했지만 1년 만에 해체를 통보받았다. 미국 오레곤 주립대 유학 시절, 한인침례교회 목사에게 1대1 양육을 받았다. 성경을 읽으며 다윗의 하나님, 모세의 하나님은 만났지만, 정작 이용수의 하나님이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가난한 유학생이던 그는 ‘한 달 안에 3000달러를 보내주시면, 1000달러만 더 주시면 믿겠다’며 하나님을 시험했다. 한 번은 미국으로 출장 온 친척을 통해, 또 한 번은 한미장학재단 장학금으로 하나님은 응답하셨다. 그는 “이제부턴 먹고 사는 것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믿음으로, 하나님이 나에게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29세 때였다.

크고 작은 고비가 없지 않았지만 하나님과의 동행은 계속됐다. 귀국한 뒤 줄곧 서울 잠실동 주님의교회(박원호 목사)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그는 “교회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역이 하나님 나라이며, 믿음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축구장 역시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할렐루야 축구단 시절, 하용조 목사로부터 ‘축구 경기의 승패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린 것’임을 배웠다. 그는 “준비 과정에서 최대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패배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2013년 장로 임직 후 그는 청년부와 새가족부에서 봉사하고 있다. 청년부에서 기아대책 회장 유원식 장로를 만난 인연으로 오는 9월 열리는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명예대회장을 맡았다. 한국 후원자들과 결연을 맺고 지원받는 9개국 140명의 아이들을 초청해 축구대회를 펼치는 행사다. 그는 “지금은 부족해서 우리의 도움을 받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비전을 펼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예수는 어떤 존재냐고 물었다. “나에게 예수는 나를 돕는 분이십니다. 시편 121편 1∼2절 말씀처럼, 늘 저를 도와주시지만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분입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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