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김영란법과 교회 기사의 사진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거나 ‘태풍, 지각변동이 예고된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사회의 접대문화와 관행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제 김영란법의 9월 28일 시행은 확정적이다. 부분적 보완은 있을 수 있겠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시행은 한국교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종교인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 건너 일처럼 생각해선 곤란하다. 특히 법안의 내용보다 법안이 반영하고 있는 시대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법은 제정 단계부터 지금까지 숱한 우려와 반대, 저항에 부닥쳤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인, 농어민, 자영업자 등에다 일부 언론인까지 가세했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 시비도 일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았다. 대상이 대폭 축소되거나 접대비 한도가 상향돼 이름만 남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수 있게 된 동력은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다.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유로 특권과 특혜 등 부당한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와 열망이 원안 시행을 밀어붙인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드러난 표심에서도 이는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이 같은 흐름에 눈 감는다면 교회도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는 자조가 더 심해질 것이다. 먼저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고 자성할 부분은 자성하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교회 내 분쟁 사건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발단은 제각각이지만 전개·확산 과정에서 대부분 공금 유용 문제가 등장한다. 실제 돈을 빼돌려서가 아니라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거나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작은 개척교회에서 시작해 부흥한 경우 특히 허술하다. 개인통장에 생활비와 헌금을 같이 넣어놓고 사용하거나 공금을 개인용도로 꺼내 쓰고 다시 갚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관행이나 사정은 허용되지도 용납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아무리 작은 교회, 작은 사역이라도 회계 처리와 공금관리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교회나 기관의 행정 처리도 공정하게 해야 한다.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외부업체에 발주할 경우 투명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부정한 청탁이나 민원의 소지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 스스로 깨끗하니 문제없다고 자임할 게 아니라 문제의 소지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회의 기준은 당연히 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하고 높아야 한다.

이는 목회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부정부패나 특권, 청탁을 멀리해야 한다. 김영란법에 담긴 정신은 시대적 요청일 뿐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크리스천은 교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청렴하고 공정한 자세로 모범이 돼야 한다.

1988년을 민주화 원년으로 본다면 2016년은 선진화 원년이 될 수 있다. 인정과 인맥, 지연과 혈연에 좌우되던 후진국형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김영란법을 통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복지냐 성장이냐’에 이어 ‘청렴이냐 성장이냐’에서도 성장 논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던 성장지상주의는 시대의 뒤편으로 물러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도덕적 기준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성장지상주의, 물질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신앙적·정신적 가치를 제시하라는 요청에도 응답해야 한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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