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이마엔 구슬땀… 보람찬 가슴은 상쾌

국민일보 새내기 기자들 사랑의 봉사 체험 현장

폭염 속 이마엔 구슬땀… 보람찬 가슴은 상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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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CA 신생아 모자·면생리대 만들기

“여러분이 만드는 모자 하나로 아기를 살릴 수 있어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 5층 다목적실에 6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였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부터 방학을 맞아 봉사활동을 하러 온 중학생들까지 봉사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서울 YWCA가 제3세계 난민촌 신생아들에게 모자를 만들어 보내는 ‘나눔드림’ 프로젝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난민촌에서 태어나는 아기들 중 상당수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신생아들에게 모자 하나만 씌워줘도 생존율이 높아진다.

조종남 서울YWCA 회장은 “과거 우리나라가 해외 선교사들에게 받은 것처럼 우리도 남에게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지도교사의 설명에 따라 봉사자들은 모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깔 모양으로 잘린 천의 밑단을 접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나갔다. 바느질을 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한 여학생은 “내가 만든 모자를 쓸 아기에게 미안하다”며 서툰 솜씨를 탓하기도 했다.

맞은편 강의실에서는 미얀마 캄보디아 북한 등 지구촌 소외 여성을 위한 ‘핑크박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안 생리대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바느질이 익숙지 않은 초보자가 대안생리대 1개를 만드는 데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빈곤국 여성들은 생리대를 살 수 없어 생리 때가 되면 집 밖으로 나가질 못한다. 매달 학교와 직장을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를 잃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한다. 생리혈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낡은 천이나 비닐, 심지어 신발 밑창을 대다 보니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한 번 봉사활동을 온 사람 중 다시 찾는 사람이 많다. 고등학생 허영현(17·여)양은 “땡볕을 견디며 의정부에서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이렇게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아기 모자와 대안 생리대는 매년 여름 해외봉사단을 통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된다.

이가현 오주환 기자

■춘천 해비타트 집짓기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 동면에 있는 해비타트 춘천지부는 방학을 맞아 봉사에 동참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꽃무늬 일바지와 해비타트 조끼로 무장한 서울 정신여고 학생 21명과 안양 성문고 학생 11명이 이날 작업장을 찾았다.

해비타트 춘천지부 김용훈 소장은 '삶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집짓기'라고 해비타트를 소개했다. 그는 "불쌍한 사람에게 단순히 집을 지어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 안전모와 장갑을 착용했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안전모 끈을 조였다. 20분간 준비운동을 마친 후 두 조로 나뉘어 작업을 시작했다. 1조는 자재를 치우고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여기저기 널린 철재를 한곳에 모으고 목재에 박힌 못을 일일이 뽑았다. 2조는 실질적인 집짓기에 투입됐다. '쾅쾅' 못질 몇 번에 벽 틀이 완성됐다. 봉사 시작 한 시간 만에 여기저기서 '끙' 소리가 들렸다. 둘씩 짝 지어 철근을 나르는 여고생들의 이마에 땀줄기가 흘렀다.

8시간의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는 뿌듯함 덕분이다. 이날 두번째로 봉사에 참여했다는 여학생은 "내가 힘을 보탠 집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된다니 흐뭇하다"고 했다. 정신여고 이소민양은 목재 구조물에 정성스레 '행복하게 사세요'라고 적었다. 김 소장은 "나중에 춘천을 지나가다 이 집이 완성된 것을 보게 된다면 '저 집 내가 만들었다'고 자랑해도 좋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봉사자들의 땀으로 콘크리트 건물 두 동이 점점 주택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내년쯤 준공되면 무주택 8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해비타트는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갖고 1976년 미국에서 시작한 비영리 국제단체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해 주거지 1000세대를 만들고 정비했다. 지난해 해비타트 국내 참가자는 36만명에 달한다.

춘천=글·사진 허경구 오주환 임주언 기자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

지난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황물로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에 봉사자들이 모였다. 강일고 등에서 중·고교생 등 80여명이 배식봉사를 왔다. '밥퍼'라는 글씨가 새겨진 주황색 앞치마와 두건을 쓴 봉사자들은 야채 썰기부터 밥 짓기 등 역할을 나눠 점심을 준비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식재료를 옮기던 학생들은 "비도 오고 힘들다"고 푸념했다. 밥퍼 김미경(57·여) 주방장은 "애들이 지금 억지로 온 것처럼 보이죠?"라며 "그런데 이렇게 힘들어하던 애들이 신기하게도 친구 데리고 또 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주방장은 "뺀질거렸던 아이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소감문에 이곳은 '살아있는 책'이라고 적었더라"며 "애들이 바뀌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도 애들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민호(영훈초5)군은 이날 최연소 봉사자였다. 비를 맞으며 쌀자루를 수레에 얹어 옮겼다. 장군은 2학년 때부터 무료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려고 직장 다니는 어머니를 조른다. 장군의 어머니는 "여기 와서 아이가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1998년 최일도 목사가 세운 '다일공동체'는 2002년부터 이곳에서 무료급식 나눔운동을 전개해왔다. 노숙인부터 장애인, 실업자, 독거노인 등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이날도 빗속에서 700여명이 다녀갔다. 밥통 26개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90분의 시간이 지나자 봉사자들은 연신 허리를 두들겼다.

김 주방장은 "언젠가 이분들에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니 '맛있게 해야 맛있게 먹지'라고 하는데 마치 '나도 사람이야'라는 말로 들렸다"며 "배고픈 사람들도 이곳을 찾지만 여기 오는 대부분은 자신을 알아주기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 식사를 하러 오셨던 99세 할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셨는데 지방에 사는 손녀가 전화해 '혼자 계신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건 밥퍼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글·사진 =권준협 임주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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