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창호] 트럼프가 망쳐버린 공화당 기사의 사진
평균적인 미국인 공화당원에게 ‘왜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고 물으면 “세금으로 정부에 내 돈 더 갖다 바치기 싫고, 자유롭게 일하고 돈 벌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좀 똑똑한 공화당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경제적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외교노선 때문”이라고 말한다. 훨씬 더 똑똑한 공화당원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헨리 키신저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공화당은 1861년 미국의 16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만든 정당이다. 애당초 태어날 때부터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이윤추구와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정치적 결사체였다. 미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서든 시장 질서에 따라 공정하게 거래하는 자유무역의 옹호를 무엇보다 우선했다. 인종 종교 빈부의 차별이 없는 합법적 이민수용정책을 강력히 주창한 것도 공화당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공화당의 이론적 지주다. 1970년대 민주당의 이론적 지주였던 존 롤스와 벌인 논쟁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정부가 민간부문에 개입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회 불균등을 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사회를 창출한다”는 롤스에 맞서서 하이에크는 “아무리 공정한 규칙도 인간사회의 선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으며, 정부 개입은 되레 경쟁과 시장의 원리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는 동서냉전의 시대에 ‘데탕트 외교’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중국과의 ‘핑퐁 외교’와 중동전쟁 중재 등은 잘 알려진 업적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주된 메뉴는 바로 ‘작은 정부’와 자유무역, 민주주의 확산이었던 셈이다.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되면 반드시 없애버리겠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목하고 있다. NAFTA는 공화당의 전성시대였던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실행된 것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후 나온 모든 FTA의 원형이다. 트럼프는 FTA가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애고, 무역 불균형을 야기해 손해만 가져온다고 역설한다. 자기네 기업과 근로자 일자리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으레 내세워 왔던 공약이다. 여태껏 공화당은 FTA가 미국 산업에 미증유(未曾有)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파해 왔다. 자유무역으로 상대국가의 산업·노동력·자본을 아무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세계화의 효과는 국내 일자리 감소보다 훨씬 큰 부를 가져온다고 주창해 왔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는 현실주의 외교노선도 완전히 버렸다. 영토 일부를 강점당한 우크라이나보다 무력으로 이를 빼앗은 러시아를 더 옹호하고, 한·일과의 방위조약마저 종이 쪼가리로 만들려 한다.

줄어든 일자리에, 그마저 외국 이민자에게 빼앗긴다고 여기는 미국 서민들은 이런 트럼프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의 경제정책이 10년 뒤, 아니 바로 1년 뒤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아무 생각도 없는 듯하다. FTA가 줄줄이 폐기되면 미국 산업은 더 수축되고, 수출길이 막혀 더 많은 기업이 도태될 것이다. 실업자는 더 많아지고 미국인의 실질소득은 더 줄어들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이 150년 이상 쌓아온 성과와 정책, 이념과 이론을 전부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렸다. 그가 당선돼 8년간의 민주당 정부를 공화당 정부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이후의 공화당은 아무것도 지킬 게 없는 ‘껍데기’ 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 공화당의 주류가 트럼프를 난감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창호 스포츠레저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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