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청년들 품는 영국교회

몰려드는 게이머에 교회 개방… 충전대·음료수 제공

‘포켓몬 고’ 청년들 품는 영국교회 기사의 사진
지난달 30일 영국 웨일즈에서 만난 한 영국인이 포켓몬 고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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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 cares about Pokemon gamers(예수님은 포켓몬 게이머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체육관(포켓몬이 시합을 벌이는 장소)으로 지정된 영국 버밍햄의 시티로드감리교회 입구에 붙여진 메시지이다. 젊은이들을 찾을 수 없는 이 교회에 매일 수십명의 젊은 게이머들이 몰려들었고 교회 측은 환영 표시를 붙였다. 이 교회는 게이머들에게 휴대폰 배터리 충전과 음료수 비치 등 편의를 제공하며 전도의 접촉점을 찾고 있다.

웨일즈의 브리드겐드 지역 프리스쿨코트복음주의교회도 지난달 21일과 27일, 교회 페이스북에 포켓몬 고 게이머를 위해 교회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교회 측은 “포켓몬 고 게임을 시작했다면 사냥하는 동안 교회에 들러 잠시 쉬었다 가세요. 배터리도 충전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시티로드감리교회 신자인 데이비드 할람(68)씨는 “젊은이들이 교회 현관에 들어와 앉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바라는 꿈이 이루진 것”이라며 “하나님은 신비한 방법으로 일하신다. 교회가 포켓몬 고의 체육관이 된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이나 다름없다”고 지역 신문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포켓몬 고 게임은 역사적·건축학적으로 대표할 만한 지역 내 건물을 시합장소나 자신이 소유한 포켓몬을 훈련하는 장소로 지정한다. 교회가 체육관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많아 적잖은 게이머들이 교회를 찾고 있다.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포켓몬 고’ 게임이 인기 있는 나라로 꼽힌다. 상당수 교회가 젊은이들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적극적 문화 참여로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하는 것이다. 지난 1일 런던과 웨일즈 거리에선 휴대폰을 들고 거리를 걷는 포켓몬 고 게이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달 중순, ‘교회가 포켓몬 고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적극적 관심을 요청했다. ‘교회 바깥에 환영 표시를 붙이자’ ‘게이머들과 포켓몬 고 이야기를 해보자’ ‘포켓 파티를 열자’ 등의 구체적인 제안도 내놨다.

교회의 이러한 노력은 영국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독일교회는 지난 5월 말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일대 220여개 교회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3000여 교회에 무료 무선인터넷망인 ‘갓스폿(Godspots)’을 구축하기로 했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독일에서 이 소식은 젊은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갓스폿에 접속하면 해당 교회 건물과 교구, 신학 관련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 첫 화면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잡지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포켓몬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교회로 보내고 있다”며 “복음주의적 교회일수록 게이머들에게 전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게이머들의 목적은 게임이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교회는 이웃사랑의 차원에서 순수한 섬김의 정신으로 (게이머들을) 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웨일즈에서 활동 중인 백승준(45) 선교사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것에 교회가 열광하는 것은 그만큼 부흥을 갈망한다는 뜻”이라며 “영국교회는 위클리프와 틴데일의 성경번역, 옥스퍼드의 순교, 웨슬리의 대각성과 웨일즈 대부흥을 잇는 제4의 부흥 물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브리드겐드(영국)=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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