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환갑 맞은 식탁 위 '마법의 가루'… 해외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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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을 살리는 ‘비밀병기’. 조금만 넣으면 어떤 음식이든 맛이 좋아지는 ‘마법의 가루’. 조미료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난 한 해 동안 1만 44t(이하 시장 조사기관 링크아즈텍 기준)이나 되는 양의 조미료를 먹었다. 1인당 200g 정도를 먹은 셈이다. 국내 조미료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1564억 6300만원에 이른다. 조리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조미료. 올해는 국산조미료가 탄생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국산 조미료의 탄생

1956년 국산조미료 1호 미원이 탄생했다. 그 이전까지는 일본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우리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일본 점령에서 벗어난 지 20년이 흐른 뒤에도 입맛은 일본에 기대고 있었던 셈이다.

대상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은 ‘맛의 독립’을 이뤄내기 위해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임 회장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습득했다. 글루탐산은 일본의 이케다 기쿠니에 박사가 발견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다.

임 회장은 부산으로 돌아와 490㎡ 규모의 작은 조미료 공장을 세웠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미원의 전신)다. 이곳에서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조미료 미원이 탄생했다.

김지미 황정순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던 미원은 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이기도 했다. 1962년 미원 1㎏들이 금색 캔을 상자처럼 포장한 것이 호평을 받으면서 경복궁의 경회루, 비원의 정자 등을 유화로 그려 넣어 선물 상자를 내놨다.



미원과 미풍의 맛 대결

조미료 시장을 평정했던 미원은 1963년 큰 도전을 받는다. CJ제일제당이 ‘미풍’을 출시했다. 두 브랜드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사은품 경쟁은 뜨거웠다. 당시 미원과 미풍의 경품 응모 엽서로 인해 우체국이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도가 지나친 사은품 경쟁은 사회 문제로까지 번져 상공부까지 나서 제재하기도 했다.

물량을 동원한 조미료 시장 싸움에서 선두주자인 미원이 판정승을 거뒀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중 하나가 미풍이 미원을 누르는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미원은 조미료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대상은 1호 국산 조미료 미원에 힘입어 발효조미료 시장에서만큼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전체 조미료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지 꽤 됐다.



MSG 유해성 논란에 20여년간 정체기

1990년대 초 한 식품회사가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면서 MSG(글루탐산나트륨) 유해 논란이 불거졌다. MSG는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 또는 당밀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얻어낸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첨가해 물에 잘 녹게 한 물질이다.

MSG 유해성 논란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68년 미국의 한 의사가 ‘MSG가 들어간 중화요리’가 가슴압박감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한 ‘중화요리증후군’이 그 시작이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MSG 파동을 겪은 셈이다. MSG 유해 논란으로 시작된 발효조미료 판매 정체기는 의외로 길었다. 20여년이나 이어졌다. 2010년 한 종합편성 채널에서 식당들의 MSG 사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MSG 유해성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과 사회단체에서 검증에 나서면서 외려 오해가 풀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그해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앞선 1978년과 80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1987년 FAO/WHO 연합 식품첨가물 전문가 위원회(JECFA)가 각각 MSG의 인체 무해성을 인정했다. 글루탐산은 주로 천연재료 다시마, 표고버섯, 멸치, 조개, 새우, 가쓰오부시, 토마토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심지어 사람의 모유에도 들어있는 물질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인기

‘국민 조미료’ 미원은 현재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고 있다. 미원은 현재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필리핀 싱가폴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약 3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 매출도 만만치 않다. 2013년 953억원, 2014년 1005억원, 2015년 1027억원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매출은 이보다 많다. 해외 매출은 2013년 1780억원, 2014년 1887억원, 2015년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1990년 이후 2015년까지 지난 26년간 국내 매출액 규모는 27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해외 매출은 연간 14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원은 지난해 말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4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1위 발효조미료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4세대 조미료까지 등장

1세대 조미료인 미원과 미풍은 발효조미료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갖춘 공간에 사탕수수의 부산물인 당밀을 공급해 배출한 물질을 가공한 조미료다. MSG와 핵산 등 적은 양으로도 감칠맛을 낼 수 있어 가격 대비 효용이 뛰어나다.

발효조미료 시장에서 미원에 완패한 CJ제일제당은 종합조미료로 재도전했다. 1975년 ‘다시다’를 내놓으면서 2세대 조미료 시장을 열었다. 종합조미료는 일정량의 MSG에 건조한 쇠고기, 파, 마늘, 양파 등 천연재료를 혼합한 조미료다. 대상도 1988년 종합조미료 ‘감치미’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조미료 시장이 시작됐다. 3세대 조미료인 자연조미료는 MSG와 합성첨가물 등 인공 원료를 배제한 조미료로, 자연 성분만을 사용하고 있다. 2007년 출시한 대상의 ‘맛선생’과 CJ제일제당의 ‘산들애’가 대표적인 자연조미료들이다.

최근에는 웰빙을 강조한 액상조미료가 등장했다. 제4세대 조미료인 액상 조미료는 가루형태보다 물에 녹아드는 속도가 빨라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0년 출시한 샘표식품의 ‘연두’를 시작으로 액상조미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동원F&B는 같은 해 참치를 통째로 우려낸 ‘참치맛장’을 출시했다. 신송 ‘이유’, 대상 ‘요리에 한수’, CJ제일제당 ‘다시다 요리수’ 등이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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