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유성열] 이걸 왜 만들었을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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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접시 크기의 기계 위에 토마토소스통이 얹혀 있다. 아마도 원격으로 조정되는 듯한 이 기계는 음식물 앞으로 이동해 소스를 쥐어짠다. 음식 위에 소스가 과다하게 뿌려졌고, 조준을 실패해 사방으로 튄다. 몇 달 전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발명품’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동영상에는 과자를 자동으로 먹여주는 기계도 등장한다. 반원형 궤적을 그리면서 회전하는 로봇팔 끝에는 과자가 부착돼 있다. 그리고는 사람 얼굴 모형의 인중 부분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힘 조절에 실패한 결과다. 같은 동작원리로 화장실 휴지를 잘라주는 발명품도 소개된다. 날카로운 칼이 화장지를 끊어내지만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실험적 성격이 강한 발명품이 아니라 상용화됐던 물건도 있다.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어린이용 장난감이 판매됐다. 원자력에너지 발생 원리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계였다. 이 시기 미국 내 소아백혈병 환자가 급증했고 ‘역사상 가장 위험한 장난감’은 출시 2년 만에 판매가 중지됐다. 발명은 필요의 결과물이다. 누군가는 필요하기 때문에 발명품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쓸모없는 발명품도 따지고 보면 수요는 있었다. 그 완성도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수시로 쓸모없다고 비판받는 발명품이 있다. 초대형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다. 2030년까지 이 발명품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건설비만 무려 106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상시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비용은 집계조차 힘들다.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불리는 세종특별자치시 얘기다.

세종시 주재기자로 인사가 나면서 지난 1일 이사를 했다. 이삿짐을 꾸린 뒤 서울에서 세종시로 운전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는 ‘도대체 이걸 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시 초입에 들어서면서는 의문이 더 강해졌다. 결코 세종시 정경이 나빠서는 아니었다. 직접 본 세종시는 자연친화적이었고, 거주 편의를 위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는 있었다. 다만 앞으로 최소 1년간 거주할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누군가 명확한 설명을 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세종시로 이전한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이 2014년 상반기 기준 출장비로 지출한 금액은 총 75억원을 넘어선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효율에 대해선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적이 쏟아졌다. 단순히 공무원 개개인의 피로를 걱정해서만은 아니고, 실제로 국가적 낭비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리는 것은 당연하고 정책 품질마저 떨어진다는 자조가 들린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정부부처와 청와대, 국회 및 유관 기관들이 떨어져서 겪는 고충을 숨기지 않는다.

새누리당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청와대와 국회까지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은 위헌이라는 판결로 현재의 세종시가 탄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야권 잠룡들도 이 제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무소속 이해찬 의원 등은 국회 분원을 세종시에 설치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정략적 아이디어로 치부하기에는 꽤 설득력 있는 제안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부처 공무원은 “청와대와 국회만 오더라도 현재 세종시가 떠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고 말했다. 선거철마다 세종시와 관련된 공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는 선례를 생각하면 선거 이후 또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분명 세종시 수도 이전은 다음 대선의 중요 쟁점이 될 조짐이 보인다. 게다가 또 다른 대선 쟁점인 개헌론과 맞물려 이번에는 상당한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어설프게 토마토소스를 뿌려주는 기계는 시판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방사선을 내뿜는 장난감은 안타깝게도 피해자가 나왔지만 그래도 판매 중지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세운 도시는 없애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행정도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의 혈세다. 기왕 정부부처를 대거 이전시킨 신도시를 만들었다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도록 제대로 개선했으면 한다. 수년 후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발명품 목록에 세종시가 추가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글=유성열 경제부 기자 nukuva@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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