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잠 못 이루는 밤 기사의 사진
잠든 강아지. 위키미디어커먼스
도시 빌딩숲의 여름밤은 고달프다. 작열하는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삼킨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밤새 그 열을 토해내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잠 못 이룬다. 편한 잠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애완동물도 마찬가지라, 하루 10시간과 13시간을 자야 하는 개와 고양이도 수면 부족에 힘이 드는 모양이다. 모든 포유류는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도록 진화되어 왔기에 잠이 부족한 일상은 피곤하다. 하루 중 8시간에 이르는 성인의 최소 수면시간은 다른 포유동물들의 경우엔 어떠할까.

자연 상태에서 드물게 알려진 몇몇 포유류의 수면시간은 동물원이나 사육시설, 연구기관 등에서 보육되는 과정에서 분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세상 실컷 잠을 즐기는 포유류는 대부분 몸이 작은 종류들로서 몸무게가 14g 정도인 작은갈색박쥐가 하루 약 20시간을 자는 최장 수면기록 보유자이다. 몸길이 30㎝의 초소형 올빼미원숭이는 17시간, 몸길이 20㎝ 내외의 얼룩다람쥐는 15시간 정도 잔다.

반면에 덩치가 큰 초식성 포유류는 극히 짧은 수면시간을 지니는데 코끼리와 말은 3시간, 소와 양은 4시간을 자고 초원의 신사 기린은 2시간 정도의 토막잠이 전부이다. 이는 열량이 낮은 풀을 먹는 까닭에 많은 양의 섭식이 필요해 하루의 대부분을 이에 할애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육식동물인 호랑이는 16시간을 자고 초원의 지배자 사자는 14시간, 치타는 12시간의 호사스러운 수면을 즐긴다.

수면은 ‘피로가 누적된 뇌의 활동을 주기적으로 회복하는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이기에 포유류에 있어 잠은 뇌의 피로를 풀고 고달픈 삶을 피하기 위해 선택된 진화적 산물이다. 고열량 육식을 하는 동물에겐 긴 수면시간이, 저열량 풀을 뜯는 초식동물에게는 짧은 잠만이 허락되는 약육강식의 세상사는 불공평한 듯하다. 그러나 부럽게도 약자인 초식동물에겐 짧은 수면을 극복하는 ‘각성반응(반쯤 조는 상태)’ 능력이 주어져 뇌의 휴식과 생존을 위한 경계가 동시에 수행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더위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진정 부러운 것은 시원한 물속에서 좌뇌나 우뇌 중 한쪽만이 잠에 드는 ‘단일반구수면’으로 열대야를 괘념치 않는 돌고래의 빼어난 수면 능력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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