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74)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망막클리닉] 망막박리 24시간 응급수술로 ‘새 빛’ 기사의 사진
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의료진이 지난 5일 망막클리닉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선해정, 이성진, 박성희, 하승주, 정진권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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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서울병원 안과 망막클리닉은 망막박리나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곳으로 명성이 높다. 최근 10년간 800여명의 망막박리 환자를 방문 당일 응급수술로 치료해 ‘광명’을 되찾아준 덕분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24시간 온콜 시스템을 갖추고, 24시간 응급수술을 한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오전 7시에 진료를 시작하는 것도 이 병원만의 특징이다. 근처 약국과 협약을 맺어 이른 시간에도 약을 처방·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망막박리 수술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이 병원 안과 의료진은 박성희(62), 이성진(50·과장), 최경식(48), 하승주(45), 정진권(40), 선해정(37)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망막질환 전문은 3명이다. 이성진, 최경식, 선해정 교수팀이다. 이밖에 최재광(35) 전임의와 전담간호사 5명, 전공의 8명도 진료를 돕는다. 박성희 교수는 사시와 소아안과·안성형 분야, 하승주 교수는 녹내장과 백내장 분야, 정진권 교수는 각막질환·이식과 시력교정 분야를 주로 다룬다.

망막박리가 생겼을 때 긴급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망막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을 때 치료해야 시력보호에 이롭기 때문이다. 이성진 교수는 8일 “눈 안쪽 내벽으로부터 떨어진(박리된) 망막을 절반(50%) 정도 붙여놨으니 50점짜리라거나 80%가량 붙였다고 80점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망막수술은 떨어졌던 망막이 100% 눈 안쪽 내벽에 다시 붙거나, 아니면 망막이 붙지 않아 박리된 상태로 지내야 하거나 결과가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떨어진 망막이 제자리에 다시 붙지 않으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 망막박리 수술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망막박리 환자들의 실명방지를 위해 망막클리닉을 24시간 열어놓고 최선을 다해 망막을 다시 붙여주고, 시력을 조금이라도 좋게 회복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면 망막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얇은 필름에 해당된다. 눈 속에는 유리체라는 투명한 풀 같은 물이 차 있다. 어떤 이유로 이 벽지(망막)의 일부가 찢어져 구멍이 생기면 눈 속의 물이 그 틈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되면 망막 뒤쪽에 물이 고이면서 망막이 들뜨게 되고, 그 부위에 까만 커튼을 쳐놓은 것처럼 눈앞이 안 보이게 된다. 바로 망막박리로 인해 실명에 이르는 과정이다. 만약 눈앞에 보이는 까만 커튼이 점점 더 내려오거나 올라가고 있다면 망막박리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지체 없이 안과를 찾아 망막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망막박리는 주로 근시가 심한 눈이나 외상을 입은 눈, 40세 이후 비문증(날파리증)이 생긴 노안에서 발생한다. 근시가 있는 눈, 특히 고도근시 눈은 정상 눈에 비해 망막박리 발생 위험이 약 8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60%이상이 근시를 갖고 있고, 이 중 5% 정도가 고도근시안으로 추정된다. 이는 망막박리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눈 소유자가 약 15만 명이나 된다는 말이다.

망막박리 수술은 우선 눈 바깥에서 껍질(공막)에 구멍을 뚫어 벽과 벽지 사이(망막과 공막)에 고인 물을 밖으로 빼내고, 벽지에 생긴 구멍 부위의 눈 바깥 껍질에 스펀지 조각을 대고 눌러서(공막돌륭술) 망막 벽이 눈 속으로 볼록 나오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망막에 생긴 구멍이 눈 안쪽으로 볼록 나온 벽에 붙게 된다. 그 후 망막의 구멍 주변을 얼리거나(냉동응고), 레이저로 지져서(광응고) 망막 벽에 딱 붙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망막은 시력을 담당하는 필름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 눈에서 시력을 결정하는 곳은 망막 중심에 위치한 황반부라고 할 수 있다. 갈색 색소가 많아서 황색반점으로 불리기도 하는 황반부는 사물의 초점이 맺히는 부분이다. 1㎜도 안 되는 작은 점이지만, 여기에는 정밀한 것을 보고 색을 구별해주는 원뿔모양의 시각세포가 600만개나 몰려있다.

망막이 분리되었다가 다시 붙을 경우 이 황반 원뿔세포가 얼마나 많이 정상적으로 살아남았는지가 시력회복에 관건이 된다. 망막박리 발생 시 황반까지 떨어졌는지 여부도 수술 후 시력회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황반이 아직 붙어 있다면 망막이 떨어진 부위에 해당하는 시야만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어서 수술 후 시력회복에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때는 황반부까지 여파가 미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떨어진 망막을 다시 붙여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순천향대서울병원 망막클리닉 이성진 교수팀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이 교수팀은 망막박리 수술 경험이 있는 고도근시 환자들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안내렌즈 ‘알티산’ 삽입술을 시행, 높은 시력교정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이와 반대로 알티산 삽입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에게 망막박리가 왔을 때도 안내렌즈를 그대로 둔 채 망막수술을 진행, 수술 후 환자가 교정시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수술 방식은 국제 학술지에도 소개돼 국내외 안과 의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사람의 경우 절대금기로 여겨지던 안내렌즈 방식 고도근시 교정수술을 ‘선택적 금기’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까닭이다.

이 교수팀은 이 외에도 당뇨망막클리닉과 황반변성클리닉, 포도막염클리닉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당뇨망막증이 오기 전 단계의 황반부종을 조기발견, 실명위험을 막아주는 치료법을 적극 연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망막박리는 크게 4종류가 있는데, 당뇨망막증으로 생기는 경우(견인성)와 황반변성 때문에 오는 경우(삼출성)가 각각 약 40%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고도근시가 원인이 된 경우(열공성)와 스트레스나 과로가 원인이 돼 생기는 경우(장액성)가 20%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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