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반주여행 “누군가의 마음에 하나님 사랑 깃들길”

‘페북 스타 반주자’ 양희정씨

전국 돌며 반주여행 “누군가의 마음에 하나님 사랑 깃들길” 기사의 사진
양희정씨가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강남교회에서 ‘반주여행’을 열고 참가자들에게 반주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양양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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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시작했다. 제대로 피아노를 배워본 적이 없었지만 엄마가 피아노학원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예배 시간에 피아노 앞에 앉게 됐다. 뒤늦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으니 실수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예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다. 이렇게 반주를 시작한지도 벌써 16년이 흘렀다. 반주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반주자들을 위로하고, 함께 예배드리고, 16년의 반주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반주여행’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강남교회(백용석 목사)에서 만난 양희정(30·여)씨 이야기다.

◇양양피아노=희정씨는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어깨가 좋지 않았다. 건반을 칠 때 자세를 보기 위해 예배 반주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을 통해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예배 시간에 느끼지 못한 또 다른 은혜가 있었고, 지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희정씨가 눈 감은 채 한 손을 들고 ‘좋으신 하나님’을 반주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들은 이 영상을 보며 버스에서 택시에서 주방에서 혹은 야근하면서 함께 찬양했을지 모른다. “다른 영상도 올려 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 2014년 12월 페이스북에 ‘양양피아노’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고, 7일 현재 구독자 수는 3만1000명을 넘어섰다. 희정씨는 여기에 반주 영상이나 편곡한 악보를 올려가며 많은 반주자들과 노하우도 나누고 있다.

희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살다시피 했다. 함께 교회에 다니던 부모님이 갈라서는 바람에 교회 가는 게 껄끄러웠던 적도 있지만 발길을 끊지 않았다. 교회 건물만 봐도 위로가 됐다. 중학교 때는 등교할 때 30분 일찍 나와 일부러 교회가 있는 골목으로 돌아가곤 했다. 하루는 교회 재정부실에 혼자 엎드려 있었는데 누군가 ‘괜찮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예수님께 받은 위로가 너무 커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했다.

오랜 시간 예배 반주를 반복하다 보니 하루는 건반을 치는 자신의 모습이 ‘마른 장작’처럼 느껴졌다. 다른 이들의 예배를 돕는 데 집중하다 보니 정작 자신은 예배에 몰입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 열정적으로 찬양하는 청년들을 보며 다시 한 번 위로를 얻었다.

“하나님은 상한 갈대 같은 우리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 같은 우리를 절대로 끄지 않으세요. 함께 찬양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들과 한울타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어요.”

◇사람을 살리는 노래=희정씨는 자신이 받은 위로를 다른 교회 반주자들에게 흘려보내고 있다. 교회 찬양단 ‘리조이스’와 함께 전국을 돌며 ‘반주여행’을 시작했다. 반주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반주법이나 노하우 등을 전해준다. 여기서 만난 반주자들 중엔 힘들고 지쳐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악보가 있는데 왜 틀리느냐’는 목회자의 다그침에 상처를 받았고, 새벽예배 반주를 전날 밤 통보받을 때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도 ‘대타’가 없어 모든 반주를 혼자 해야 하는 개척교회 반주자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는 이들이 반주여행에 한데 모여 같이 예배드리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됐다.

“같은 악보와 같은 피아노로 같은 노래를 치더라도 반주자마다 소리가 다 달라요. 하나님이 주신 자신만의 톤이 있기 때문이죠. 반주자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은 각자의 반주를 모두 기쁘게 받아 주시는 분이니까요.”

희정씨는 항상 찬양하는 자리에 남아있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반주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하나님의 사랑이 잠시라도 깃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반주여행 때마다 삶의 고백처럼 ‘사람을 살리는 노래’(김명식)라는 찬양을 빼먹지 않는다. 이 찬양엔 이런 가사가 있다. ‘내 노래가 상한 영혼 일으켜 다시 살게 하는 노래가 되길. 주 뵈올 때 착한 일꾼이라 칭찬받기 나 원하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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