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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자녀가…” 주위 시선에 말못하는 고민 나눠요

목회자 자녀들 위한 사역단체 ‘PK 러브’… 서울 예정교회에 ’PK 러브 센터’ 오픈

“목사 자녀가…” 주위 시선에 말못하는 고민 나눠요 기사의 사진
서울 중랑구 봉화산로 예정교회는 지난 5월 말 목회자 자녀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PK 러브 센터’를 오픈했다. 목회자 자녀의 친교 및 예배, 상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지난 3일 오후 목회자 자녀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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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중랑구 봉화산로 예정교회(설동욱 목사) ‘PK 러브 센터’. 10여명의 청년들이 66.1㎡(20평) 공간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과자 등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PK 러브 대표 유한영(35) 강도사는 카운터에서 시원한 음료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개척교회 목회자인 아버지를 둔 한 청년이 경제적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방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아버지에게 대학 등록금, 용돈을 달라고 하는 게 죄송하다. 주일마다 아버지 교회로 내려가 예배를 드리는데, 솔직히 그 차비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갈등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예배에서 은혜를 받을 수 없다. 아버지와 관계가 틀어지니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시는 아버지의 설교를 듣는 게 괴롭다”고 했다.

한 자매는 “목회자 가정이라 이런저런 문제를 오픈하기가 망설여진다. 믿음을 가진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쉽게 털어놓기 힘들어 교회에서도 늘 외롭다”고 토로했다. 옆에 있던 한 청년은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진행해야 하는데 교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각자 자신의 속마음을 나누며 격려했다. 유 대표는 필요한 부분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님께 비전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5월 말 오픈한 이곳은 여느 교회들 카페와 다르다. ‘PK 러브 센터’로 전국의 목회자 자녀들(Pastor Kids·PK)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 대표는 5년 전부터 목회자 자녀들과 교제하고 예배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꿈꾸며 기도했고, 평소 목회자 자녀 사역을 해온 예정교회에서 공간을 제공해줬다.

PK 러브는 2001년 목회자 자녀들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됐다. 설동욱 목사가 1998년부터 ‘전국 목회자 자녀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세미나 참석자들이 “공감대가 많은 PK들끼리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이뤄졌다.

PK 러브는 다음 카페에서 5년 정도 친목모임을 하다 2005년부턴 목회자 자녀 세미나를 지원하는 등 사역에 동참했다. 세미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조별 모임에서 참석자들을 케어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도회를 가졌다. 또 8개의 ‘기도반’을 만들어 한 달간 기도제목을 놓고 중보한다. 한 달에 한두 번 목회자 자녀의 교회를 섬기는 ‘출동 사역’도 한다. 예를 들어 농촌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해야 하는데 교회학교 교사가 없을 경우 PK 러브 회원들이 준비해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한다. 회원 가운데 사역자, 신학생들이 40명 정도 있어 가능한 일이다.

목회자 가정의 회복을 위해 PK가 부모와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가족사진을 찍는 ‘꿈소리 프로젝트’, 매년 7월 작은 교회를 위한 ‘연합수련회’도 진행한다. 2010년부터 매달 한 차례 예배를 드리고 있다.

PK 러브의 사역 목표는 PK들이 상처를 회복하고 목회자인 부모의 동역자가 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PK들은 자신의 아픔을 전문 상담사나 유 대표에게 털어 놓으며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

유 대표는 PK의 대표적 고민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부모와의 갈등을 꼽았다. 그는 “목회자 자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왜 힘들어야 하냐며 하나님께 반항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면서 “또한 부모와의 갈등으로 영적 방황기를 겪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K들이 결국 하나님을 만나야 진정한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며 “PK 러브는 목회자 자녀들이 힘들 때 잘 버틸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곳에서 자신의 아픔을 내어놓고 기도하다 하나님,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한 뒤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PK들이 많다. 유 대표 역시 목회자인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고통을 받던 중 1999년 전국 목회자 자녀 세미나에 참석한 뒤 PK 러브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하나님으로부터 ‘사명 때문에 이를 악물로 버티는 아버지처럼 너도 할 수 있겠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버지에게 존경한다고 편지를 썼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회복됐고 아버지의 길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다.

신대원 진학 준비를 하고 있는 금성민(25·안양 우리들교회)씨는 “개척교회 목회자의 자녀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에게 많은 자양분이 됐다”며 “이곳에서 내가 가진 상처를 확인하니 쉽게 회복할 수 있었다. 열방을 섬기는 선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총신대에 재학 중인 현하영(23·여)씨는 “그동안 신앙을 가진 친구와 이야기를 해도 가정에 대해 깊게 나누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며 “상담사로서 청소년들이 바른 길로 가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글=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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