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훈] 서비스업이 제 역할을 하려면 기사의 사진
제조업에서 큰 폭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고 선·후진국 모두가 사정은 비슷하다. 제조업이 고용창출에 한계를 보이는 까닭은 간단하다.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제조업 생산제품에 대한 수요증가율을 월등히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창출의 대안으로 서비스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대체로 생산성이 낮아 고용창출 여력이 충분하므로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칫하면 함정에 빠질 소지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그간 산업발전에 힘입어 서비스업 자체도 경쟁력을 꽤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수준도 높아 여가활동, 의료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 수요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이 순조롭게 그리고 순기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산업발전 기반이 구축되지 못한 국가에서 서비스업을 강조하다 보면 그나마 조금 이룩한 제조업 기반을 와해시키고 관련 서비스업은 오히려 궁핍화된다.

서비스업의 역할을 수치상의 일자리 창출에만 국한하지 말고 국민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전체 고용의 70%, 국민총생산의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홍콩의 서비스업은 전체 고용의 79%, 국민총생산의 93%를 점하고 있어 우리와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에 비해 국민총생산에 기여하는 비중이 낮지만, 홍콩은 고용비중보다 국민총생산에 대한 기여가 매우 높다. 금융업으로 대표되는 홍콩 서비스업의 높은 생산성과 국제적인 경쟁력 덕분이다.

서비스업 육성이 필요하지만 모든 서비스업종을 다 망라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미국의 IT에 기반을 둔 통신서비스업, 영국의 금융업, 싱가포르의 MICE업, 핀란드의 게임산업 등 각국의 대표적인 서비스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시장형성과 국제경쟁력 확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비스업은 무엇일까 하는 전략적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 10년도 넘은 시절 뜬금없이 등장해서 꽤 오랫동안 뭔가 할 듯했던 ‘아시아 금융허브’를 이제는 더 이상 회자하지 않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

서비스업과 규제는 상극이다. 지난 6월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가 중국 상하이에서 문을 열었다. 일본,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려 했지만 수도권 규제, 그린벨트 규제 등 여러 이유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이 특별법까지 만들어 전폭적인 유치전을 벌였던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유니버설스튜디오, 레고랜드 등 규제 때문에 생긴 투자유치 실패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상호 배타적인 영역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국내 한 연구소에 따르면 제조업 기반 서비스업은 최근 산업인터넷의 도입으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냉방기기 제조업체가 기기만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와 함께 냉방서비스를 판매하고, 나아가 ‘쾌적한 냉방상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도 절감하는’ 성과서비스까지 공급한다는 것이다.

해외 장비업체들은 판매된 장비에 센서를 부착하여 장비의 작동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서 고장을 예방하는 서비스에 더 치중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을 이루어온 우리가 앞으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택할 만한 전략의 하나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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