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지 말라고?… 불교단체 종자연 “기도 세리머니 삼가라” 트집

“올림픽, 종교 드러내는 곳 아냐 종교행위 철저히 감독해야”… 언론엔 “내보내지 말라” 요구

이렇게 하지 말라고?… 불교단체 종자연 “기도 세리머니 삼가라” 트집 기사의 사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장혜진(왼쪽)과 유도 국가대표 정보경이 메달을 딴 뒤 기도하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불교계 단체인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이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종교자유’라는 이름을 내건 단체가 오히려 개인의 종교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자연은 지난 8일 ‘올림픽은 개인의 종교를 드러내는 곳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의 기도 세리머니를 삼가라”고 주장했다. 종자연은 스스로 범종교 시민단체라고 주장하지만 2005년 대한불교조계종의 재가자(평신도) 중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의 주도로 시작됐고 종단과 사찰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등 사실상 불교단체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리우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석현준이 지난 5일(한국시간) 피지와의 경기에서 6번째 골을 넣은 뒤 펼친 기도 세리머니를 문제 삼았다. 종자연은 “석현준 선수의 과도한 세리머니는 ‘옥에 티’였다”며 “그 중요한 순간을 동료 선수들과 함께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상대팀 선수들의 입장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신의 종교 행위를 위해 전 세계인의 시선을 8초간이나 잡아두어 기쁨이 반감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에서의 종교 색 드러내기가 운동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이어짐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종자연의 주장에는 근거가 제시돼 있지 않다. 기도 세리머니가 상대방에게 어떤 불쾌감을 줬는지, 이런 행위가 실제 국제적 논란이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어, 막연한 ‘기독교 트집 잡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종자연의 주장이 논란이 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종자연은 국가대표 지도부에게 “선수들이 문제가 될 만한 종교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의 시청권을 유린하는 기도 세리머니 장면을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골 넣은 선수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옥에 티라고 지적하는 건 종자연이 몽니를 부린다고밖에 볼 수 없다” “올림픽에서 목탁 두드리는 선수가 없어 서운해 하는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몽니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심술을 부리는 성질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종자연의 몽니가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도 대한축구협회에 축구대표팀 선수의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선수의 종교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이를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 자유도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에 대해 “국가대항전에 정치적 표현은 금지하지만 신앙의 표현은 따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종자연은 지난 6월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한 교계 관계자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자유”라며 “누구도 이를 침해하거나 억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