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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기도-축도, 판소리로 하면 은혜 넘쳐요”

‘판소리 설교’ 선보이는 김선우 목사 이야기

“설교-기도-축도, 판소리로 하면 은혜 넘쳐요” 기사의 사진
김선우 목사(왼쪽)가 지난달 10일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린 ‘제100회 총회 세계선교대회’에서 아내 서윤숙 사모와 판소리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김선우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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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판소리 예수전 십자가의 길’을 검색하면 독특한 설교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상 속 목회자는 강대상에 서서 말씀을 전하려 하는데, 옷차림부터 범상치 않다. 푸른색 도포를 입고 한 손엔 부채까지 들었다. 수줍게 인사를 건네는 이 목회자는 김선우(61·순천 구상교회) 목사다.

“성경 말씀을 어떻게 하면 소리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판소리를 배웠습니다. (중략)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같이 하는 겁니다. 추임새는 여러분이 마음을 담아서 하시면 됩니다.”

김 목사는 인사말을 끝낸 뒤 ‘판소리 설교’를 시작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이 담긴 이사야 53장이 주요 내용. 고수(鼓手)의 북 장단에 맞춰 내지르는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면서 구성지다. 30분 넘게 이어진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상을 보면 누구든 김 목사가 어쩌다 판소리 설교를 시작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전남 순천에 있는 그를 1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판소리로 설교를 하면 관객도 좋아하지만 나 역시 큰 은혜를 받는다”며 판소리 예찬론을 펼쳤다.

“판소리로 말씀 읽으면 울컥할 때 많아”

김 목사가 판소리에 입문한 건 전북 김제 신월교회에서 시무하던 2000년이었다. 당시에도 그는 설교를 오페라 아리아처럼 선보이곤 하는 ‘괴짜 목사’였다. 판소리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북 익산국악원을 찾아갔고, 현재 전북도립국악원 강단에 서는 임청현 교수로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4년 넘게 국악원을 다니며 소리를 배웠어요. 정말 좋더군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는데, 판소리는 그 이상이었어요.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데 판소리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교에 판소리를 가미한 것도 이때쯤부터다. 처음에는 판소리로 말씀을 전하는 모습이 교인들에게 가볍게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 목사는 “교인들 중 판소리 설교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이런 은사를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판소리에 빠지니 성경을 읽을 때도 판소리를 할 때처럼 리듬을 살려 읽게 되더군요. 감정을 담아서, 예수님의 입장이 돼서 말씀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이런 ‘연습’을 반복해서인지 많은 분들이 제 설교를 듣고 나면 ‘감동을 받았다’면서 고마워하곤 해요(웃음).”

김 목사가 만든 ‘판소리 설교’ 레퍼토리는 10개가 넘는다. 가장 즐겨 선보이는 레퍼토리는 ‘탕자의 비유’(눅 15:11∼32)다. 직접 쓴 대사에 성경 말씀을 포개 선보이는데, 완창하면 ‘러닝타임’이 30분이 넘는다. 김 목사는 기도나 축도를 판소리 형식으로 드릴 때도 많다.

그의 판소리 설교는 알음알음 알려져 요즘엔 제법 유명세도 타고 있다. 교계 행사에 초청받는 횟수는 언젠가부터 연간 30회가 넘는다.

전북 익산 출신인 김 목사는 199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충북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충북 보은, 전북 김제 무주 등지에서 목회를 하다가 2011년 3월 구상교회에 부임했다. 그는 “이상한 목회자처럼 비춰질까 걱정”이라며 “나는 구상교회를 섬기는 목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방송에 나가보라는 식으로 권하곤 하는데 매번 사양하고 있습니다. 목회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게 제 소신이기 때문이죠.”



소리꾼 목사와 고수 사모

김 목사의 아내 서윤숙(61) 사모의 판소리 사랑도 유별나다. 서 사모는 남편이 무대에 설 때면 고수 역할을 맡는다. 서 사모가 북채를 처음 잡은 건 3년 전이었다. 김 목사는 “고수로서 아내 실력이 ‘기본’은 된다”며 웃었다. 부부는 매주 목요일 전북도립국악원을 찾아 판소리 레슨도 받고 있다.

“처음엔 아내가 북채를 안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강권해 북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아내도 즐거워하고 있어요. 처음엔 저한테 혼도 많이 났습니다. 제가 ‘북으로 우는 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하곤 했는데, 초보 고수인 아내는 야박하게 느꼈을 거예요(웃음).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처럼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꾸준히 무대에 서다보니 부부 관계도 더 좋아진 거 같아요.”

김 목사가 ‘소리꾼’으로서 품은 꿈은 간단했다. 실력을 쌓아 3년 후쯤 자신의 음반을 내놓는 거였다. 그는 “주변에서 음반 출시를 권하는데 아직 그 정도 실력은 안 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아직 많이 부족해요. 아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소리의 ‘느낌’을 조금 아는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하나님 사랑이 담긴 음반을 내놓는 날까지 열심히 연습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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