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빈민국에 꿈 심는 ‘교육 국가대표’ 기사의 사진
안태수 교사(왼쪽 네 번째)가 지난해 5월 스와질란드의 한 기숙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 교사는 이 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했다. 기숙학교지만 식당 시설이 열악해 학생들은 야외 그늘에서 밥을 먹는다. 안 교사는 내년에 브라질로 다시 교육봉사를 떠난다. 국립국제교육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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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사인 안태수(28)씨는 최근 학교에 사표를 제출하고 포르투갈어를 공부하고 있다. 내년 1월이면 브라질 빈민가 아이들을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배움의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포르투갈어로 과학 원리를 설명할 생각을 할 때마다 설렌다고 한다. 부모와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안 교사는 “아직 젊어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가슴 뛰는 경험을 했었다. 지난해 남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스와질란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였다. 실험장비 하나 변변치 않았지만 아이들 눈빛만큼은 한국 학생들 못지않았다. 집에서 가축을 키워야 하거나 빨래하고 동생을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시간을 쪼개 안 교사 앞에 앉았다. 내주는 숙제를 해오고 수업을 들으면서 과학 개념을 하나씩 익혀갔다. 안 교사는 “하나라도 배우려는 아이들 속에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나 자신을 발견하고 교사로서 자부심을 많이 느꼈다”며 “이런 경험을 다시 하고 싶어 브라질로 간다”고 했다.

안 교사는 국제사회에 우리 교육을 알리도록 정부가 선발한 ‘국가대표팀’ 중 한 명이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매년 교사를 선발해 개발도상국 학교에 파견하는 ‘교원 해외파견’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8개국 20명을 보냈는데 올해는 21개국 347명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했다.

국제사회의 요청과 호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인천에서 개최한 ‘2015 세계교육포럼(WEF)’에서 유네스코와 개발도상국들은 우리나라에 교사 파견을 강하게 원했다. 그들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비결을 교육에서 찾으려 했다.

정부는 ‘교육 ODA(공적개발원조)’ 차원에서 이를 적극 수용했다. 장기(최대 3년) 파견 교사 93명, 퇴직교원으로 구성된 자문관 7명을 개도국에 보내기로 했다. 교대와 사범대 학생으로 꾸려진 교육봉사단이 207명이다. 중국 등 파견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국가에도 현직 교사 40명을 보내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5일 발대식을 갖고 4주간의 연수를 받고 있다.

단기 교육봉사는 대학과 국가를 짝짓는 구조다. 광주교대·순천향대-베트남, 전남대-라오스, 대구대-필리핀, 춘천교대-키르기스스탄, 강릉원주대-네팔, 부산대-탄자니아, 경희대-미얀마, 서원대-동티모르, 원광대-캄보디아 등이다. 베트남 봉사가 예정된 광주교대 2학년 김예린씨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교원파견 사업은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국제사회 요구에 적극 부응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돈을 나눠주는 게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이미지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나 제품을 선호하고 한국 유학을 꿈꾸는 ‘친한파’ 외국인을 늘리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일 “국내 교사들이 국제적 감각을 키워 우리 아이들에도 긍정적이다. 개도국과 ‘윈-윈’하는 사업이라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1개국에 교원 347명을 파견하며 - 김광호 국립국제교육원장

교원 파견, 개도국에겐 꼭 필요한 ‘희망의 불씨’다


우간다 스와질란드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가 우수한 교사를 파견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교육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의무교육제도가 있더라도 가난 때문에 실제 취학률은 낮다. 우리의 1960, 70년대처럼 교육 환경은 낙후돼 있고 교사들의 이직이 잦고 수준도 낮다. 만성적인 교사 부족 때문에 교육기회 확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나라도 수학, 과학, 정보기술, 직업기술 등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우수 교사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우리도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겪어내야 했던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 어려운 시기를 불과 60여년 만에 극복하고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최빈국에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일한 나라로 성장했다. 비결은 ‘교육’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우수한 교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경험’을 원한다. 성공의 비결을 개도국에 전수하길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2013년부터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등 4개국에 20여명의 수학, 과학,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고 있다. 2014년엔 6개국에 20명, 지난해엔 8개국에 20명을 파견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슴에 담은 파견 교사들은 낯선 땅에서 학생들을 사랑하고, 그 나라에 도움이 되고자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은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견 교사들은 현지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현지어를 배운다. 현지 문화를 익히고 체험하면서 학생은 물론 동료 교사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학생들이 파견 교사들에게 쓴 쪽지에는 낯선 땅에서 오롯이 핀 사제지간의 정을 가늠할 수 있다. 또 스승과 제자 사이에 언어나 피부색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파견 교사들은 아무도 하지 않던 시험 준비를 위한 근무시간외 특별지도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부족한 교재 개발에도 힘쓰며 우리의 교육경험을 전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쏟은 땀과 아낌없는 헌신은 해당 학교, 정부, 언론으로부터 높은 평가와 신뢰를 얻는 열매를 맺었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우리 교원을 더 많이 보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세계교육포럼 등을 통해 많은 국가들이 한국교육과 경제발전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교사와 컨설턴트의 파견을 요청했다. 기존 파견국에서도 훨씬 많은 숫자의 교원 파견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올해는 1년 이상 장기파견자 16개국 140여명, 단기 해외봉사팀 9개국 207명 등 모두 21개국에 347명을 파견하게 됐다. 지난 8일에 출국한 8명의 수학, 과학 교사들은 이미 탄자니아에 도착해 있다.

‘교육 ODA’ 사업은 국가 간 상호 이해, 평화와 공영의 가치를 나누는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언어, 음식, 문화, 전통과 정서를 이해하고 배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교원 파견을 통해 개도국에 교육이라는 희망의 불빛이 더욱 밝게 빛나길 기대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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