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흥우] 취업성공패키지 vs 청년수당 기사의 사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사람이 신이 된다면 모를까 영원히 바뀌기 어려운 인식틀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히면 본질이 같은 사안이라도 천양지차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하지 말라”, “하겠다”고 대거리를 하고 있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이 이 경우다. 서울시가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청년수당을 주겠다는데 정부는 불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청년수당은 1년 이상 서울에 거주한 만 19∼29세 시민 가운데 주당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하는 3000명을 선발해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3000명이 모두 6개월간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총 90억원의 예산이 든다. 서울시는 지난 3일 2831명에게 첫 달 치 지원금 지급을 완료했으나 보건복지부는 곧바로 시정명령과 함께 지원금 환수조치를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거나 변경할 때는 복지부 장관과 미리 협의하게 돼 있는 지방자치법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는 외교와 국방처럼 중앙정부의 고유 업무가 아니다. 지방자치법에 지자체의 사무처리 기본원칙을 ‘주민의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하여’라고 명시하고 있듯이 복리후생은 지자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청년들이 아프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청년실업률은 9.2%에 이른다. 전체 실업률 3.5%와 비교하면 청년실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청년수당은 이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회 밖’ 청년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정부도 지금까지 6차례나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4개 정부 부처가 청년일자리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2조1113억원에 달한다. 국회에 제출된 올 추경안에도 청년 맞춤형 일자리 확충에 4000억원이 배정됐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데도 청년실업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백약이 무효인 청년실업의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식에서 청년에게 고용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게 지난 4월의 일이다. 기존 방식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정부가 운영 중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에게 월 40만원의 구직수당과 회당 5만원의 면접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정부냐, 서울시냐 지원하는 주체만 다를 뿐 청년수당과 대동소이하다.

청년수당 프로그램에 지원한 청년들의 사연은 절박하다. 하나같이 ‘사회 밖 청년’에서 ‘사회 안 청년’이 되고픈 안타까운 사연들로 꽉 찼다. 청년실업은 청년세대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훨씬 크다.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의무다. 청년수당은 지원금 자체보다 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벌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패자에게 부활의 길을 열어주는 마중물인 셈이다. 친구 잘 둔 덕에 순식간에 100여억원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고위공직자도 있는데 개인당 최대 300만원까지밖에 못 받는 청년수당을 두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건 청년에 대한 모독이다.

정부 혼자 하기 버거운 정책에 지자체가 돕겠다고 나서면 상을 줄 일이지 보조금을 깎는 벌을 내릴 일은 아니다. 법 규정에 따라 협의과정을 거쳤음에도 정부가 ‘협의’를 ‘합의’로 해석해 기를 쓰고 청년수당에 제동을 거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행여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내린 결정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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