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바로미터 기사의 사진
카나리아. 위키미디어
검찰 고위 인사의 불법적 금품수수 및 축재로 떠들썩한 가운데 얼마 전 김영란법의 합헌 결정이 나오자 일각에서 경제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말들이 나온다. 추석명절 사과 한 상자 제대로 선물 못 받는 우리 서민들 입장에서는 청탁과 대가성을 판단하는 기준액과 경제적 여파에 대한 논란이 대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법의 제정은 비정상적인 금전거래나 청탁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왔는지를 환기시키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독가스 탐지장비나 환기시설이 없었던 19세기 석탄광 갱도로 들어가는 광부의 행렬에는 늘 ‘카나리아’가 함께 있었다. 십자매, 잉꼬와 함께 3대 사육조인 카나리아의 원산지는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군도이다. 청정지역에서 기원했기에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나 메탄 등의 독가스에 매우 취약하여 낮은 농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채탄 과정 중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거나 홰에서 떨어지면 모든 광부들은 생존을 위해 갱도를 탈출했다. 13㎝의 작은 카나리아가 독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공룡보다 더 오래된 생명체로서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 이들의 피는 사람의 혈액과 다르게 파란색을 띠는데 이는 혈액 내 산소 운반 단백질체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화석이기에 이들의 면역체계와 기능 역시 원시적이고 단순하다. 이들의 면역기능은 청색 혈액의 단백질에 의해 수행하는데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과 같은 병원체에 접촉되면 피가 바로 굳어버리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으로 투구게의 피는 백신, 정맥주사액 등 생의학 제품의 박테리아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데 이용된다. 즉, 오염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떠한 것의 수준이나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을 말하는 바로미터. 변화를 감지하는 리트머스지와 유사한 듯하나 평형점을 지니고 있지 못한 점에서 의미가 다소 다르다. 부정적 영향을 감지하는 카나리아나 투구게의 피, 청탁금지법과 같은 바로미터뿐 아니라 바람직한 사회적 변화의 기준이 되는 희망의 바로미터, 균형점으로 구분이 가능한 긍정의 바로미터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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