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부부의 권력 기사의 사진
모든 인간관계엔 힘의 원리가 작용한다. 부부 사이에도 이 힘의 원리가 적용, 미묘한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부부 권력’이란 부부간에 자신의 의사에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권리와 힘으로 정의된다. 부부 사이에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둘 사이는 지배와 의존 또는 주도와 추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힘의 균형에서 열세에 있는 사람이 갈등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언젠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신사임당과 이원수 부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후대에게 존경받는 신사임당은 사실 남편 이원수와 불화했다. 그녀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내조했다. 한 번은 아내가 그리워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질타해 돌려보낸 적도 있다. 아내의 강권으로 공부한 남편은 50세에 과거에 급제했으나 녹봉조차 받지 못하는 하위직급인 수운판관을 지냈다. 남편에게 신사임당의 내조와 고귀함이 오히려 부담이었을까. 남편은 주막집 권씨와 외도를 했고, 신사임당의 실망과 분노는 말할 수 없이 컸다. 신사임당은 병석에 누웠고 끝내 마흔여덟 살에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신사임당은 남편에게 자신이 죽더라도 그 주모를 후처로 들이지 말라고 애원했으나 남편은 신사임당이 죽은 뒤 권씨를 후처로 맞아들였다. 주도권을 잡고 싶었던 남편의 심리가 보인다.

부부의 원만한 관계는 힘의 균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성서적 의미에서 권력은 ‘힘의 균형’이며 이는 ‘보완과 조화’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 유형에 따른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격에 따른 결혼 유형은 ‘외향-내향’ ‘외향-외향’ ‘내향-내향’ ‘확고-우유부단’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외향-내향’ 유형은 서로를 인정해줄 때 가장 이상적인 커플이 될 수 있다. 상대의 개성에 이끌려 사랑하게 됐으나 기본적인 관심사가 다르기에 외적인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다. 개선 방법은 외향적인 배우자는 상대에게 불평하지 말고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다. 또 내향적인 배우자에게 충고를 요청해 내향적인 배우자가 능력 있고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 또 남편이 내향적일 경우 남편에게 결정권을 많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향-외향’ 유형은 활동적이고 민첩해 많은 것을 함께한다. 부부가 감정을 공유하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소한 문제로 결혼생활이 좌초되기도 한다. 두 사람 모두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각자의 요구가 상충될 때 마찰을 빚는다. 주의해야 할 점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개선 방안은 결혼생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율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내향-내향’ 유형은 서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의 뜻을 알아차리며, 자신을 내세우기 전 상대편의 욕구를 존중하기 때문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독립심이 강해 상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일을 잘 처리해 간다. 단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개선 방안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이웃·친지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고 협동심을 키우는 것이다.

‘확고-우유부단’ 유형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점과 자신감에 서로 끌려 결혼했지만 서로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확고 유형이 먼저 시도해야 한다. 개선 방안은 우유부단 유형이 관계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결혼생활의 전반기를 ‘호기심’으로 보낸다. 그리고 중반기에는 ‘다름’에 절망하고 후반기에는 ‘다름’을 알려고 애쓰다 그것이 끝이 없음에 또다시 좌절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남녀를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고, 서로 보완하도록 하셨다. 따라서 부부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가 될 때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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