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75) 서울성모병원 피부암흑색종클리닉] 한국형 흑색종 연구 ‘새바람’ 기사의 사진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피부암흑색종클리닉 협진팀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정형외과 신승한, 핵의학과 유이령, 방사선종양학과 원용균, 종양내과 강진형, 성형외과 이종원(팀장), 안과 양석우, 병리과 박경신, 성형외과 김지민, 피부과 이지현 교수, 코디네이터 조현진 간호사.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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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권에선 흔치 않은 병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피부암, 한국형 흑색종 연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15일 암병원 피부암흑색종클리닉 다학제 협진팀이 최근 1년간 다양한 통합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 악성흑색종 환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한국형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피부암흑색종 다학제 협진 교수진 20여명이 모두 참여한다. 성형외과 이종원·김지민 교수팀, 피부과 박영민·이지현·서현민 교수팀, 정형외과 정양국·신승한 교수팀, 핵의학과 유이령·박혜림 교수팀,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팀, 방사선종양학과 원용균 교수팀, 병리과 박경신 교수팀, 안과 양석우 교수팀이 그들이다.

팀장은 성형외과 이종원(60) 교수가 맡았다. 재건성형 전문가인 이 교수는 최근 10년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뼈 대체수술법과 줄기세포를 바탕으로 한 조직공학 및 재생의학을 집중 연구해왔다. 포스텍(포항공과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실제조직과 같은 성분의 인공조직을 만들 수 있는 3D 바이오 잉크도 개발했다. 실제 조직이나 장기를 여러 화학물질로 처리해 세포만 제거한 조직으로 바이오 잉크를 만들고, 여기에 중간엽 줄기세포를 넣어 인공 조직을 만드는 신기술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협진 팀원들과 함께 악성흑색종과 관련이 있는 브라프(BRAF) 유전자 확인 및 맞춤 치료기술, 유전자 분석을 이용한 한국형 흑색종에 대한 새로운 치료 기법을 찾을 계획이다. 악성흑색종과 감별이 필요한 다양한 피부 질환에 대한 한국형 진단 및 치료지침을 개발, 보급하고 관련 학술연구 정보도 공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월 1회 개최하던 협진회의(월례회)도 최근 2주에 한 번씩 월 2회로 늘렸다.

피부암에는 악성흑색종과 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등 3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악성흑색종은 검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검은 점 형태로 자라는 피부암이다. 우리 몸 머리에서 발끝까지 멜라닌세포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생길 수 있다. 자외선 노출이 심한 피부에 많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만약 손바닥이나 발바닥 등 멜라닌 색소세포가 많지 않은 부위에 갑자기 점 같은 게 생겼다면 악성흑색종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한국인 피부암 조(粗)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8.3명꼴이다. 조발생률이란 해당 관찰기간 중 조사대상 인구집단에서 새롭게 발견된 환자 수를 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피부암흑색종 진단을 받은 환자 수는 3223명(남자 1437명, 여자 1786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선 해마다 비(非)흑색종 피부암의 하나인 기저세포암 환자가 약 80만명, 편평상피세포암 환자가 약 20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흑색종 환자 발생도 연간 약 6만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미국의사협회지).

피부암은 햇빛 속 자외선 노출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햇빛 노출이 많은 레저·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흑색종, 기저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등 각종 피부암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성모병원 피부암흑색종클리닉 다학제 협진팀은 이 같은 역학 못지않게 약물에 대한 반응과 피부암 환자들의 생존율 조사연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데이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 분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데이터를 비축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팀은 향후 한국인 흑색종에 대한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흑색종 진단 및 치료지침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동양인의 발병 패턴이 서양인과 차이가 있듯이 흑색종 발병 양상도 꽤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런 만큼 약을 쓸 때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치료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가중앙암등록본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암 통계자료를 통해 밝혀진 한국인 흑색종 환자의 남녀 성비는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실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0.8대 1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조금 더 많은 편이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전체의 24.4%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50대 20.4%, 80대 이상 13.2%, 40대 10.5%, 70대 10.4%, 30대 4.8% 등의 순서다. 우리나라 흑색종 환자 10명 중 6.8명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이란 말이다.

누구에게 발생하든 악성흑색종은 가능한 한 초기에 발견, 그 뿌리를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 교수는 “주위 혈관과 림프절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도 잘 되는 암이라서 첫 진단 시 전신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흑색종 진단 및 치료 시 림프종조영술, 감마선 촬영기, PET-CT 등 다양한 방사선 검사와 핵의학 검사들을 총동원한다. 의심되는 병변이 있을 때는 조직검사도 병행한다. 정밀 진단 및 개인 맞춤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다.

수술이 가능할 때는 일반적인 암 수술보다 더 꼼꼼하고 보다 많은 조직을 살릴 수 있는 모스(Moh’s) 미세수술을 통해 절제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미용효과까지 높여주고 있다. 수술 후 발생하는 연부조직 결손은 체계적인 재건수술을 통해 정상화를 도모한다.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만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는 인터페론 주사와 함께 베무라페닙, 이필리무맙, 다브라페닙, 니볼루맙 등 면역항암제를 쓴다. 분자생물학 및 종양면역학의 발전으로 개발된 면역항암제 치료는 체내의 면역세포를 조절하여 암세포를 공격하고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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