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무기력·무책임 관료사회 기사의 사진
거의 정기적으로 관료들의 무기력이 질타 받곤 하지만 요즘은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부자 감세 효과 등의 이유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불가하다는 엊그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어이상실’ 논법도 그렇고, 그 주장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걸 보니 더욱 그렇다. 무기력을 넘어 정책 담당 부처로서의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비아냥을 듣는 게 관료사회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처리해 가는 과정을 보면 딱 그거다. 누구나 필요성은 인정하는데도 일정 부분 책임지고 집행해야 할 자리에 있는 관료들이 결정을 쓱 옆으로 밀어낸다. 국방부의 사드 결정 과정을 되짚어보면 산업부의 제한적 누진제 완화는 그래도 괜찮은 정도다.

관료 입장에서 본다면 영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수많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니 최저임금 인상이니 하면서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었으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돼 버렸다. 대선에서 여야가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가만히 있거나, 청와대나 정치권이 시키는 일을 하는 시늉만 내면 만수무강에 지장 없다는 것을 관료들은 안다. 책임질 일은 다음 사람한테 미루면 된다.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 게 공직 풍토로 아예 굳어지는 건 아닐까.

무기력 무책임 관료사회를 해결하는 결정적 정답은 없다. 시대와 상황, 책임소재에 대한 시각과 진단이 다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관료주의라는 병폐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요즘 공직사회는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장관들의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소신 있게 판단하고, 책임 있게 정책을 추진한 장관을 생각해 내기 어렵다. 대신 수첩에 받아쓰는 이들만 기억난다. 그 밑의 관료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장관들을 그렇게 활용하는 대통령이 변해야 하겠지만….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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