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땅투기 근원적으로 막아야 기사의 사진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기업인과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땅 투기에 연루된 바 있고, 최근에는 제주도와 신공항 예상 지역에서의 땅 투기 등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 땅 투기는 왜 근절되지 않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한 마디로 줄이면 투기하기 좋은 제도적 결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땅 투기는 따지고 보면 개발로 포장되는 토지의 용도변경과 직결된다. 도시 인구 증가에 대비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 상가, 공장, 도시공원 등 도시 용도의 토지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피하게 농지나 임야를 도시 용도로 바꾸도록 만든다. 농지나 임야가 도시 용도로 바뀌거나 바뀔 기미가 보이면 개발 호재가 되어 땅값이 크게 오른다. 이런 이유로 토지 용도를 지정하고 전환할 권한은 합법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 및 지방정부에만 부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여기서 투기를 조장하는 제도적 결함이 있다. 즉 공권력에 의한 토지의 용도변경 비용은 무시할 만큼 적은데 반해 땅값 상승에 따른 이득은 엄청나게 큰 현실에서 그 이득에 대해 적절한 환수 장치가 없고 토지 보유에 따른 부담도 크지 않은 제도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기꾼뿐 아니라 일반 토지 소유자들도 개발, 즉 토지의 용도변경을 기대하고 땅을 쥐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 같은 토지 보유는 공급을 줄이고 땅값을 올려 실수요자의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개발이 되어야 할 곳은 안 되고 되지 말아야 할 곳이 개발되도록 만든다. 이것은 또 난개발 문제와 계층 간 갈등을 초래해 심각한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토지의 용도변경에 의한 가격 상승은 공권력에 의한 일종의 횡재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이득이 공공 부문에 귀속되어 공공 임대주택 건설 및 관리와 같은 공공사업에 제대로 쓰이면 자연스러운 사회 환원이 되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횡재를 일반인과 기업이 가져가고 적절한 수준에서 환수되지 못한다면 땅 투기는 막기 어려워진다. 우리 사회가 땅 투기 천국이 된 것은 정부의 탓도 크다. 어느 정도의 투기가 있어야 개발이 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심지어 투기를 조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토지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크고 또 땅값이 올라도 세금, 수수료 등으로 환수되어 큰 이득이 없기 때문에 투기 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을 비롯한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땅 투기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에 의한 비용 없는 이득의 대부분이 땅 주인에게 돌아가도록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땅 보유 비용이 낮고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가 효과적이지 못한 현실은 투기 친화적 제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의 한정된 요구가 아니라 공권력에 편승해 불로소득을 차지하면서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행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개발이익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 투기 이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하고, 동시에 필요한 개발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적절한 곳의 땅을 적정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토지 시장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소프트 인프라를 한시 바삐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재익 도시계획학과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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