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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조국’을 위해 달린다… 그들의 행복한 질주

阿 출신의 바레인 예벳·영국 파라

‘제2 조국’을 위해 달린다… 그들의 행복한 질주 기사의 사진
루스 예벳이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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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아프리카 출신 육상 선수들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메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 땅 국기를 가슴에 단 채 세계 정상에 서고 싶었던 이들이 새 나라에 둥지를 튼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지독히 자신을 쫓아다녔던 가난을 피하고 싶었고, 다른 이는 전쟁으로 얼룩진 황폐한 땅에서 평화와 꿈을 찾아 떠났다.

바레인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루스 예벳(20)은 아프리카의 육상 중장거리 강국 케냐 출신이다. 2013년 케냐 고교선수권대회에서 3000m와 5000m를 동시에 석권한 육상 유망주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녀는 바레인을 새 조국으로 받아들였다. 쟁쟁한 경쟁 상대가 수두룩한 케냐에서 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불러주는 나라가 필요했다. 때마침 바레인은 아프리카 출신의 육상 유망주를 귀화시켜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잡은 터였다.

바레인 대표가 된 예벳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장애물 3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해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1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 예벳은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점을 8분58초75로 통과해 자신이 세웠던 아시아 신기록마저 갈아치웠다. 2위와의 격차는 무려 7초37이나 됐다. 바레인이 올림픽에 출전한 지 32년 만에 나온 첫 금메달이었다.

육상 스타 모 파라(33·영국)도 아프리카 출신이다. 그것도 최악의 내전과 정정 불안, 그리고 해적이 들끓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그가 어린 시절 난민으로 인접 국가인 지부티공화국으로 떠나야 했다. 가족은 너무도 가난했고, 아버지가 먼저 건너가 있던 영국으로 8살 때 떠났다. 남동생 두 명은 고향에 남겨둔 채였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가 되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를 가르치던 초등학교 체육교사는 그의 운동 재능을 알아보고 육상을 권유했다.

파라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주 종목인 5000m와 1만m에 출전해 2관왕에 오르며 일약 스타가 됐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이 부문 최초로 2연속 2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열린 육상 남자 1만m 결승에서 27분05초18로 2연패를 달성했다. 파라는 22바퀴 중 6바퀴를 통과한 지점에서 한 번 넘어졌다. 선두권에서 멀어졌지만 재빨리 일어나 뛰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추격했다. 결승점까지 200m를 남기고 선두 폴 타누이(케냐)를 제치고 우승했다. 쉽게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21일 열리는 남자 5000m에서 2관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파라는 2012년 자신의 이름을 따 ‘모 파라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모보트(Mobot)’라 불리는 특이한 세리머니를 한다. 고향 소말리아의 난민들을 위한 기부를 독려하고자 생각해낸 방법이다. 며칠 뒤 선보일 그의 두 번째 세리머니는 곧 아프리카 난민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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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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