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저녁이 없는 삶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시대·업종·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랐다. 한국 노동시간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흐름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도 노동시간은 큰 차이를 보였다. 1910년대 후반 하루 평균 10시간에서 1922년쯤 9시간으로 줄었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공장 조업이 감소한 탓이다.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노동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전쟁물자 생산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광산·기계·방직 분야의 근로자들은 심한 중노동에 시달렸다. 잔업이 필요하면 연장 근로가 횡행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이 수십 차례 개정되면서 노동시간은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경제개발을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종별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상존하기는 했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세계적인 조류에 정면으로 역행하지는 않았다.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일조한 것은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주5일 근무제였다. 1000명 이상 사업장부터 20명 미만 사업장까지 6단계로 세분해 주5일 근무제를 확대한 것이다. 그렇다고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일을 하는, 주5일 근무제가 그림의 떡인 근로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해도 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길다. 지난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길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부부의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잦은 회식을 일자리의 연장이라고 여기는 우리 기업 풍토를 감안하면 평균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노사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이젠 일에 치여 살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염성덕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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