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中과 잇단 파열음… ‘경제 好시절’ 끝나나 기사의 사진
호주는 국경을 맞댄 나라가 없어 인접국과 갈등을 겪지 않는다. 넓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2400만명에 불과하지만 자원이 많아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게다가 지난 20년간 중국의 부상으로 전례 없는 경제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이런 호시절이 슬슬 끝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중국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호주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방침으로 중국의 반발을 샀지만 호주가 요즘 중국한테 맞는 뭇매에 비하면 약과일지 모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돈 래치먼 국제정치담당 수석논설위원이 “예민한 호주인은 중국 언론이나 SNS를 들여다보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

16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호주는 중국의 서방사회를 향한 온갖 분노의 화살을 도맡아 받아들이는 ‘피뢰침’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호주에 발끈한 가장 최근 일은 지난 11일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의 호주 전력회사 오스그리드 인수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오스그리드는 여러 전력회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호주는 ‘안보’ 문제를 들어 인수를 퇴짜 놓았다.

양국 관계가 틀어질 일은 브라질 리우올림픽 중에도 발생했다. 지난 6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의 맥 호턴이 중국의 수영 영웅 쑨양에게 ‘약물꾼(drug cheat)’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중국 네티즌은 호주를 향해 ‘미개인’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중국을 가장 화나게 한 것은 남중국해 문제다. 호주는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자 “중국은 판결을 준수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당시 이런 요구를 한 나라는 미국, 일본과 호주뿐이었다. 중국 외교부가 발끈했고, 관영 매체들은 ‘강경한 보복’을 주문했다. 환구시보는 “남중국해에 호주 함정이 들어오면 본보기 차원에서 침몰시키자”고 주장했다.

호주가 중국과 냉랭해진 것은 미·호주 상호방위조약을 의식해 미·중 대결에 끼어들어 미국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호주 비난은 미국과 서방사회를 겨냥한 측면이 있어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때문에 호주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자칫 중국발 호황이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 호주는 1990년대 초반에는 대중국 수출이 5% 이하였지만 지금은 25%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크다. 또 2009년 이후부터 호주의 제1 수출국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상태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마이클 풀리러브 소장은 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점점 약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호주 주변 해양을 지배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이런 점을 들어 “호주가 수십년 내 지정학적 화약고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20세기는 호주에 행운을 안겼지만 21세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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