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소음과의 전쟁 기사의 사진
핀란드인은 과묵하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어느 형제가 오랜만에 맥주나 한잔 하자고 만났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말없이 한참을 마시다 동생이 입을 열었다. “형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그러자 형이 동생을 꾸짖었다. “너는 맥주 마시러 온 거냐, 말을 하러 온 거냐.” 그들은 조용한 걸 지독히도 좋아한다. 여름이면 관광지 대신 외딴 바닷가나 숲속의 별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인구가 560만명인데 그런 여름별장이 50만개나 있다. 핀란드인이 꼽는 최고의 여름별장은 주변에 다른 여름별장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핀란드의 한 벤처기업은 ‘적막’을 수출하겠다고 나섰다. 노키아 출신 기업인이 설립한 콰이어트온(QuietOn)은 소음 차단용 전자 귀마개를 개발했다. 귀에 쏙 집어넣는 보청기처럼 생겼는데, 3.8g 몸체에 초소형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마이크가 주변 소리를 잡아내면 보청기와 정반대로 그 소리를 제거해 완벽한 정적을 스피커로 내보낸다. 비행기의 ‘우∼웅’ 하는 기내소음이나 천장을 타고 전해지는 층간소음처럼 기존 제품이 걸러내지 못했던 200㎐ 이하의 저주파 소음도 차단해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상품이 될 만큼 조용함은 귀해졌다. 전기차의 시대가 오면 우리 몸은 호흡기보다 귀가 먼저 반응할 것이다. 미세먼지는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내연기관 엔진 소음은 도시를 떠난 적이 없다. 소음이란 뜻의 영어 ‘noise’는 메스꺼움과 고통을 뜻하는 라틴어 ‘nausea’에서 왔다. 뇌에서 가장 가까운 귀를 통해 전해지기에 그 스트레스의 강도가 세다. 층간소음에 살인까지 벌어지지 않나.

지난해 서울에서 소음 민원 4만1286건이 제기됐다. 재작년보다 32%나 늘었다. 서울시는 소음과의 전쟁에 나섰다. 방음벽과 저소음 장비로 공사장 소음을 줄이고, ‘교통소음지도’를 만들어 관리하고, 소음 유발 사업장을 점검키로 했다. 제발 성공하기를 빈다. 이제 좀 조용히 살고 싶다.

태원준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