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고윤화 기상청장 “북태평양고기압의 블로킹이 올 폭염 만들었다” 기사의 사진
고윤화 기상청장이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한반도 주변 위성 영상을 가리키며 폭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고 청장은 대륙에서 오는 뜨거운 공기가 강력한 북태평양고기압에 막혀 한반도에 갇힌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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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화(62) 기상청장을 만나러 간 지난 17일도 몹시 더웠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였다. 기상청은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끼고 있어 진입로에 나무 그늘이 조성돼 있었다. 아스팔트 위와 나무 밑의 온도는 확연히 달랐는데,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열기를 소화하느라 나무도 지쳐 보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더운지, 무슨 방법은 없는지, 불어나는 폭염일수만큼 물을 것도 많아서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고기압 블로킹+기후변화

-올 여름 왜 이렇게 더운 건가.

“단기적 원인은 블로킹 현상이다. 일본 동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매우 강하게 발달해 있다. 남북으로 길게 장벽처럼 자리를 잡았다. 몽골, 중국, 러시아 남부의 공기가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들어오는데 대륙에서 뜨겁게 달궈진 채로 온다. 이게 북태평양고기압의 블로킹에 막혀 동해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한반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수증기 많은 남서기류가 들어와 비도 뿌리고 해야 열기가 식을 텐데 그것도 막혀 있다. 지금은 태풍도 못 올라온다. 저 고기압을 뚫고 올 수가 없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알래스카 쪽 베링해 수온이 평년보다 3∼4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렇게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본다. 한반도로 오는 대륙 공기는 평년보다 5도 이상 뜨거운 상태다. 폭염의 중장기적 원인은 결국 기후변화인 셈이다. 올 상반기 지구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4도 높았다. 관측 사상 최고였다. 지난 100년간 온실효과로 세계 온도가 연평균 0.85도 높아졌는데 한국은 1.8도나 상승했다.”

-한국이 기후변화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건가.

“도시화, 고밀도화가 워낙 심해서 그렇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이고 고층빌딩과 아파트 위주로 개발됐다. 도심 아스팔트 주변은 40도 이상 쉽게 올라간다. 밀집도가 높아 열섬효과가 매우 크다. 저밀도 환경으로 바꿔보려고 주요 시설의 지방 이전을 하는 건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세종시만 해도 공무원들이 줄곧 서울을 오가는 통에 오히려 온실가스 내뿜는 차량 통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여름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 내년에도 이렇게 더울까.

“엘니뇨가 라니냐로 바뀌는 시기라 내년 여름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점점 더 더워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여름이 아주 길어졌다. 폭염주의보가 올해는 5월 18일 처음 발령됐다. 경포해수욕장에서 8월 중순에도 해수욕을 한다. 9월 중순까지 여름이라고 봐야 할 상황이 됐다. 지구온난화를 일상에서 겪고 있는 것이다.”

-서울이 유독 더운 것 같다.

“도시화, 고밀도화가 가장 심한 곳이다. 동풍이 불어올 때 서울은 더 더워진다. 대륙에서 온 뜨거운 공기가 동풍에 부닥쳐 이동하지 못하고 머무는 곳이 서울·경기 지방이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 30년 평균값은 8월 17일이 30도, 18일이 29.7도다. 이를 훨씬 웃돌고 있다. 27일은 돼야 30도 안팎으로 떨어질 것 같다.”

옥상마다 정원, 텃밭, 연못을

-기후변화를 단기간에 돌려세우긴 어려울 텐데 이런 폭염과 열대야를 완화할 단기적 처방은 어떤 게 있나.

“건물마다 옥상정원, 옥상텃밭, 옥상 빗물연못을 만들어야 한다. 폭염을 줄이려면 녹지가 필요하다. 서울도 녹지 면적은 작지 않은데 대부분 산이다. 거주 공간 주변에 공원 같은 녹지가 크게 부족하다. 집 마당에 잔디 깔고 나무 몇 그루만 심어도 온도가 2∼3도 낮아진다. 숲과 공원을 단기간에 조성하긴 쉽지 않다. 아파트 환경에서 생활녹지를 갖기도 어렵다. 옥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장 시절 청사 건물이 3층짜리였다. 1층과 3층 온도가 7∼8도 차이 나더라. 태양열을 직접 받는 3층이 그만큼 더웠다. 옥상에 정원과 텃밭을 만드니 몇 도가 뚝 떨어졌다. 에어컨을 덜 틀게 되니까 온실가스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 방도 블라인드가 창문 안쪽에 있는데 독일은 전부 바깥에 있다. 안쪽에 달면 유리를 통해 열은 다 들어온 상태에서 빛만 가린다. 외벽 블라인드 같은 생활환경의 작은 개선책을 부지런히 찾아내야 한다.”

-폭염에 소나기는 단비였다. 베이징올림픽에 동원됐던 인공강우를 활용해 더위를 식힐 순 없을까.

“맑은 하늘에선 불가능하고 수증기를 품은 씨앗 구름이 있어야 한다. 대관령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인공증우(增雨) 실험을 하고 있다. 10월 도입하는 기상항공기에도 실험장비를 탑재했다. 중국은 기상항공기 3대로 편대비행을 하며 드라이아이스를 뿌리고, 고사포로 요오드화은을 쏴서 구름을 교란시켜 비를 유도한다. 우리는 기초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다. 기상항공기로 여러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당장의 목적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있다. 평창에 2월 하순이면 비가 온다. 눈이 비에 녹으면 올림픽에 지장을 주니까 비구름이 평창에 이르기 전 미리 비를 뿌리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폭염에 활용키는 어려운 수준이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처해 가장 시급히 할 일은 무엇인가.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지만, 사실 더 급한 건 적응 대책이다.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걸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자 일본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다공성·투수성 재질로 거의 다 바꿨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어 물난리로 이어지지 않게 했다. 2003년 유럽 폭염 사태로 3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어컨이 별로 필요 없던 지역에 폭염이 닥치니 속수무책이었다. ‘기후 복지’ 개념이 필요하다. 폭염과 혹한에 대비해 저소득층 안전망을 갖추고, 전기료 같은 문제도 산업 논리보다 기후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형 예보모델… 인공지능 예보

-올 여름 기상예보에 오보가 많았다. 왜 그랬나.

“특히 장마 예보가 어려웠다. 블로킹 현상 때문에. 기류가 정체돼 장마전선의 패턴이 사라졌다. 예보는 관측·경험·모델을 활용한다. 올해 장마와 폭염은 예보관들이 경험하지 못한 거였다. 우리는 영국 수치예보모델(UM)을 가져다 변형해 쓰고 있다. 지구 전체 기상을 예측하는 정확도 2위 모델이다. 중기 예보를 위한 유럽통합모델도 함께 쓴다. 두 모델이 완전히 다른 예측을 할 만큼 기상 조건이 이례적이었다. 이런 상황을 커버할 수 있게 예보관 교육훈련을 더 강화했어야 했다.”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는데도 그런가.

“수치예보모델은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고해상도의 전 지구 모델을 돌려서 한정된 시간에 결과를 얻으려면 연산 속도가 굉장히 빨라야 한다. 슈퍼컴퓨터는 그 작업을 위한 필수 도구이지 그게 있다고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망은 상대적으로 조밀한데 지형이 복잡하다. 예보관의 역량과 수치모델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30∼40년 경력의 퇴직 예보관 두 분을 8월부터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일기도를 손으로 그렸던 분들이다.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어 분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지형에 맞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고 있다. 1차 모델을 완성해 관측 자료를 입력하는 중이다. 현재 기존 모델의 85∼90% 퍼포먼스를 보인다. 더 높여서 2020년 실제 예보에 투입하려 한다. 영국이 우리에게 UM모델의 소스코드를 잘 내주지 않는다. 독자 모델은 우리가 소스코드를 갖고 수시로 개량할 수 있다. 올해 같은 장마 패턴도 입력할 수 있게 된다.”

-영향예보를 준비해왔는데.

“강수량·기온·풍속 등이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함께 예측해 기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제주도 태풍 영향예보는 준비가 끝났다. 제주도는 한라산 동서남북의 날씨가 다 다르다. 태풍이 지날 때 어떤 곳은 비가 와도 어떤 곳은 해가 난다. 바람 피해가 심할 때가 있고, 비 피해를 대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걸 세세히 예보하는 국지모형을 만들었다.

집중호우와 폭설도 준비 중이다. 비가 시간당 50㎜ 내릴 때 서울은 별 문제 없어도 배수시설이 미흡한 중소도시는 물난리가 난다. 강릉에서 10㎝ 눈은 눈도 아니지만 부산은 1㎝만 쌓여도 교통이 마비된다.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 날씨가 일상에 미칠 영향을 제시하려 한다. 시스템이 완성되려면 4∼5년 걸릴 것이다.”

-과학자들과 ‘인공지능 날씨예보 연구회’를 구성했다고 들었다.

“기존의 예보 기술은 기상을 예측할 수 있는 최고치에 왔다. 더 정확하려면 숨은 2%를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이 세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일기도에서 유사한 패턴을 찾아내는 초보적 인공지능은 지금도 있다. 그런데 특정 시점, 특정 상공의 평면적 일기도만 찾아준다. 5㎞ 상공의 패턴은 비슷해도 10㎞ 상공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것도 1주일, 열흘간의 패턴을 봐야 한다. 그렇게 입체적인 자료는 사람이 찾기 어려워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을 활용해보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는 앞유리에 비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와이퍼가 움직인다. 비가 많이 올수록 빨라진다. 강수량과 와이퍼 스피드의 관계를 분석해 차량용 강우센서를 개발했다. 서울에 기상관측 장비가 29곳밖에 없다. 택시·버스에 센서를 달면 골목골목의 강수량, 강수시점, 기온 등을 알 수 있다. 그 빅데이터는 실시간 기상청 서버에 전송된다. 센서는 그리 비싸지도 않다. 순찰차부터 부착하려고 경찰청과 협의 중이다. 드론에 온도·기압센서를 달아 자동항법장치로 여러 루트에 띄우는 테스트도 하고 있다. 새로운 차원의 기상 정보를 구축해보려 한다.”

고윤화 청장은다음달이면 기상청장을 맡은 지 꼭 3년이 된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대기오염 전공)를 받았다.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줄곧 환경부에 몸담았다. 2001년과 2007년 대기보전국장을 두 차례 역임했다. 대기환경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로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장,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을 지냈다.

태원준 논설위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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