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선교는 하나님이 한국사회에 주신 중요한 사명”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가정 돕는 ‘암미 다문화센터’ 김영애 선교사

“이주민 선교는 하나님이 한국사회에 주신 중요한 사명” 기사의 사진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 암미선교회 예배당에서 김영애 선교사(가운데)가 필리핀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며 포즈를 취했다. 남양주=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 진접읍 공장밀집지역을 지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하얀색 십자가 아래 ‘암미 다문화센터’라는 간판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김영애(66·여) 선교사가 필리핀 여성 2명과 아기들에게 복숭아를 대접하며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한국생활 5년차인 주부 디아나 아날르콘(27)씨는 두 아이를 양육하며 치매를 앓고 있는 시아버지를 모시느라 힘겨운 일상을 친정 엄마에게 얘기하듯 털어 놓았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아일린 돌피아스(28)씨는 “남편이 일요일에 카페 영업을 하지 않고 예배에 나오도록 하는 게 기도제목”이라며 지혜를 구했다.

마석 가구단지 등이 들어서 있는 이곳 진접읍은 대표적인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이다. 김 선교사는 21년 전 악덕 고용주의 임금체불로 실의에 빠진 한 필리핀 노동자를 위로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선교학 공부를 마치고 미국 한인교회에서 청빙이 와서 출국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데도 이들을 품어주는 교회는 없고 이단 집단들만 전도에 열을 올리고 있더라고요.”

며칠 뒤 크리스마스 이브.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형제 5명과 인근 한 교회 목사님 사택에서 드린 예배가 ‘암미선교회’의 시작이 됐다. ‘암미’는 히브리어로 ‘내 백성’을 뜻한다. 대한민국 땅에 온 이주민들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동일하게 사랑하시고 부르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40대 중반의 독신 여선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몇 사람 되지 않는 형제들과 시간을 정해 한글 성경공부를 하고 살아가는 얘기를 들어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국가와 문화권에 상관없이 가족처럼 대해주고 고민에 귀 기울이는 김 선교사의 진심이 알려지면서 선교회를 찾는 이주민들이 조금씩 늘었다.

“비자 문제 때문에 출입국 사무소를 제 집 드나들 듯 오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로 체포된 형제를 위해 교도소에 면회를 가서 예배 드리기도 하고 공장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린 형제를 위해 보호자로 나서기도 했죠.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인데 그때 그 순간엔 얼마나 두렵고 떨리던지….” 김 선교사는 20여년간의 사역을 회상하며 “감당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늘 하나님께서 역사하셨다”고 고백했다.

예배당 강대상 왼편에는 출석 성도들의 국기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주일마다 이 예배당에선 5개 언어로 메시지가 선포된다. 김 선교사가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설교하면 국가별 리더들이 베트남 스페인 캄보디아어로 동시통역해 전달한다. 예배 후엔 90여명의 성도들이 국가별로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기도회도 열린다.

지금까지 수십개국에서 온 수천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암미선교회에서 삶과 신앙을 나눴다. 선교회를 통해 세례를 받은 사람은 130여명, 그 중 15% 정도는 이슬람권과 힌두권 출신이다. 페루 필리핀 인도에 풀타임 사역자를 파송하는 열매도 맺었다.

김 선교사는 “사역을 시작할 때 단 한 명이라도 이슬람권에 파송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이토록 풍성한 열매를 주실 줄 몰랐다”며 감격해했다.

최근에는 암미선교회의 사역과 이주민 선교 노하우를 담은 책 ‘말은 안 통해도 선교는 통한다’(샘솟는기쁨)도 출간했다. “이주민 선교는 인구절벽이 본격화 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하나님이 주신 중요한 사명이에요. 한국교회가 더 많은 관심을 모아준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 복음화를 위해 더 크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남양주=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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