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공정한 경쟁 기사의 사진
몇 해 전 열풍을 일으킨 ‘나는 가수다’는 아주 독한 프로그램이었다. 경연(競演) 무대가 끝나면 가수 7명의 순위를 발표했다. ‘두두두둥’ 드럼 소리로 긴장을 끌어올린 뒤 맨 마지막에 공개하는 건 그날의 꼴찌 가수였다. 그는 이 무대를 떠나야 했다. 가수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누가 우승할 것인가’보다 ‘누가 낙오할 것인가’ 궁금하게 만드는 포맷이 요즘 세상을 닮았다. 좋은 대학 가려고 입시경쟁을 치르고 대기업 들어가려 취업전쟁을 벌인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래야 낙오하지 않기에 독한 경쟁을 감내하는 것일 테다.

‘나가수’의 첫 탈락자는 김건모였다. 국민가수가 낙오했다는 사실에 동료 가수들이 술렁였다. 이소라는 녹화장을 뛰쳐나갔다. PD는 사태를 수습하려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줬다. 온라인에서 난리가 났다. “원칙을 깨뜨렸다” “공정하지 않다” “반칙 행위다”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MBC는 방송을 중단하고 PD를 교체해야 했다. ‘나가수’는 예능 PD가 만든 오락프로그램이다. 경쟁의 원칙, 게임의 룰을 흔드는 건 오락에서도, 아무리 김건모라도 용납할 수 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강원도 고3 수험생이 학교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대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 전형에 교장이 2명을 추천하며 자신을 배제한 게 잘못됐으니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했다. 변호인은 “고1 때부터 이 학생이 줄곧 1등이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추천된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룰을 어겼다는 것인데, 지역균형선발이란 전형 자체가 게임의 룰을 파괴한 제도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방 학생에게 서울 학생과 똑같은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아서 별도 전형을 만들었다. 그 전형의 응시자격을 둘러싼 경쟁에서 성적이 아닌 기준은 공정하지 않다며 법원을 찾았다. 그럼 성적은 과연 공정한가. 부모의 재력이 자녀 성적과 직결되는 세상이다. 글=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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