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노석철]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차이 기사의 사진
회사가 무너졌을 때 우려되는 후폭풍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책임을 떠넘길 오너가 있느냐의 차이일까. 산업은행이 책임을 감추려고 대우조선해양에만 올인하는 걸까.

최근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을 대하는 정부와 채권단의 태도를 보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비리로 얼룩진 대우조선에는 관대하면서도, 한진해운 등에는 한 푼도 빌려줄 수 없다며 내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25일까지 채권단에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 현재 조양호 회장 측은 4000억원 정도밖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채권단의 ‘최소 7000억원’ 요구와는 3000억원 이상 간극이 있다. 채권단은 조 회장의 사재출연도 압박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조 회장 입장에서 보면 딱하기도 하다. 해운업에 문외한인 최은영 전 회장에게서 좌초 직전의 난파선을 떠안아 물 퍼내며 겨우겨우 버텨왔는데 결국 자력으로는 침몰을 막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이미 한진해운에 1조원가량을 쏟아부었고,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탓에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섰다. 조 회장 입장에선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고, 배임 혐의도 우려돼 추가 지원엔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그럼 대우조선해양을 보자. 대우조선은 올 2분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조20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연말까지 이대로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엔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대의 유동성을 지원키로 결정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잇따른 비리로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뿐 아니라 산업은행 수뇌부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경영 상태나 실적이 누더기가 된 대우조선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럼에도 정부의 ‘대우조선 감싸기’는 계속되는 분위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우조선에 대해 “검찰 수사와 별개로 채권단이 의지를 갖고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하면서 한진해운에 대해선 “정상화에 실패하면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반드시 살리도록 하고, 한진해운은 오너가 못 살리면 그냥 법정관리로 가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는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직원 수만 따져도 10배가량 차이 나기 때문에 당연한 대응인지 모른다. 물론 조 회장의 사재출연 압박용 ‘엄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간단치 않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동맹에서 즉각 퇴출되고, 각종 계약해지와 선박압류 등으로 파산 수순을 밟는 게 불가피하다.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항만과 물류 운송 등에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다. 덩치 크다고 살리고 몸집이 작다고 방치하는 ‘대마불사’ 논쟁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또 정부와 산업은행은 기업 부실의 책임은 대주주가 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그런 말을 할 처지인지는 의문이다. 산업은행은 주인 없는 대우조선에 수많은 낙하산을 내려보내며 부실화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산업은행 임원들도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보수반납 등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해봤나. 산업은행은 오히려 대우건설에 박창민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산업은행이나 한진해운 모두 부실경영 책임을 묻자면 서로 할 말이 없다는 얘기다. 어쨌든 산업은행과 조 회장은 당장 한진해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로 벼랑 끝에 몰렸으니 오히려 결론이 쉽게 날 수도 있겠다.

노석철 산업부장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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