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35> 민간 주도 축제 기사의 사진
썰렁한 경기도의 한 민간주도 축제 현장
얼마 전 남해안의 작은 도시에서 관할 관청과 주민 간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핵심은 지역축제의 명칭 교체에 관한 것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민간이 주도한 소박한 지역축제를 십수 년간 이어왔고 관청에서도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축제 비용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축제의 명칭을 변경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원금을 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이후 대화를 해보자며 관청과 주민들이 회의장에 모였다. 양측이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미안함을 표하고 차분히 대화로 풀어가면 좋으련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몇몇 어르신들이 고성과 삿대질로 분위기를 어지럽히면서 곳곳에서 욕설이 오갔다. 회의장은 불신만 남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민간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단어가 ‘관치행정’이다. 관이 자기들 위주로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도 시간개념 없이 축제의 명칭 변경을 요구한 것만 봐도 담당 공무원의 업무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관치행정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민간주도’라는 이름 하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상한 방임주의는 아닐까. 10년을 개최해도 아무런 존재감이 없고 이름 없는 지역축제에 오죽하면 이름이라도 바꾸라고 강요할까. 공무원이 잘못하면 예산낭비라고 하면서 민간이 주도하면 성장이 없어도 괜찮은 걸까. 무려 10년씩이나. 시간이 흘러도 정체될 뿐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민간주도 행사들이 종종 목격된다. 관치행정은 분명 개선해야 할 문제지만, 진짜 큰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민간주도가 아닐까.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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