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박병원 경총 회장] “못하는 게 너무 많아…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막는다” 기사의 사진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서비스 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관료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요즘도 걱정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1975년부터 공직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녹을 먹었으니 "이제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해도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는 이렇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못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못 하는게 너무 많다"고 했다. 얘기 도중 한숨을 쉬기도 하고 탁자를 손바닥으로 치기도 하면서 여러 분야의 문제점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박 회장을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요즘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나.

“해외로 돌아다녀보면 우리가 잘못하는 게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지금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500만∼600만명이나 오는데 1인당 1만원씩만 더 쓰게 하면 600억원이 더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인들한테 고작 프랑스 이탈리아 명품 백 팔아주고 있다. 중국은 장가계 국립공원 입장료가 230위안(4만원 안팎) 정도 한다. 엘리베이터 타는 데서도 돈 받는다. 백두산 입장료가 100위안인데, 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돈 한푼 안 받나. 중국에선 움직이면 다 돈이다. 다른 나라가 돈 벌어먹으려고 하는 건 우리도 다 해보자.

중국은 안되는 게 없는 나라다. 지금 우리는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됐다. 동부그룹이 중국에서 토마토 만들어서 일본에 수출한다고 해서 우리 농민들이 뭔 손해가 있나. 오히려 농민들이 ‘우리 것도 수출해 주라’ ‘거기서 농사짓게 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한다. 중국 태산에 가면 케이블카가 3개 있는데 지리산은 지금 하나도 없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단다. 우리나라에선 돈 쓸 일을 안 만들어준다.”



-서비스업과 농업 활성화에도 관심이 많던데.

“우리나라 농업은 왜 국내만 쳐다보고 있나. 중국 부자들은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원한다. 우리는 남는 쌀 중국에 다 팔아도 수요 충족을 못 시킬 거다. 우리나라는 여태까지 농사만 지었지 농업을 해본 적이 없다. 해마다 쌀을 생산해 정부한테 사달라고 하고, 정부는 쌀을 더 이상 보관할 데도 없는 지경이다. 바로 옆의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생각도 못하면 그건 농업도 아니다. 농산물을 수출하려면 굉장한 역량이 필요하다. 그걸 해낼 능력이 없으면 그 역량을 누구한테 빌려서라도 해야 할 텐데,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려고 하면 못 하게 한다. 뉴질랜드가 전 세계 키위 시장을 휩쓰는 것은 제스프리라는 농협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은 농민이 하지만 농협이 생산량을 정하고 가격정책, 품질관리까지 한다. 우리 농협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좋은 병원 만들어서 외국 환자들 끌어오자고 하면 명의들이 다 거기로 몰린다고 안 된단다. 원격진료를 도입하면 시골 조그만 병의원들이 망한다고 반대한다. 그런 이유로 원격진료 막게 되면 10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의원의 원격진료 받게 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들린다.

“누군가 사업을 하려고 하면 본전은 건질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밑천의 5% 정도 수익 나는 것에 시비 걸지 말자. 요금이나 수수료 깎으라는 말 하지 말자고 합의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 모든 대형병원들이 예외 없이 다 적자인데, 도대체 한국에서 사업 벌일 인센티브가 뭐가 있나. 2007년 15조원 벌던 은행들이 지금은 5조원 벌고 있는데, 금융사업에 투자해 일자리 만들어주기를 기대할 수 있나. 교육도 마찬가지다. 중·고생들은 남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교육이념 아닌가. 미국 가서 몇 만 달러 내고 교육받는 건 괜찮고, 한국에선 정부도 학생도 등록금 깎을 궁리만 하지 교육의 질을 높일 고민은 안 한다. 그래서 놓치는 수요가 교육의 경우 40억∼50억 달러다.”



-그럼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겠다.

“한전은 재작년에 거의 본전치기를 했고, 그 전 5년간 내리 적자를 봤다. 한전이 5년간 적자를 내도록 가격정책을 펴는 나라에서 누가 사업을 할 건가. 한전이 작년에 10조원 이상 이익이 났다고 하니까 중기청에서 전기료 깎아달라고 사인하자 그러더라. 나는 사인 못 한다고 했다. 적어도 5년 동안 계속 적자였다가 겨우 부지 팔아서 수익 좀 나니까 전기요금 깎자고 하면 한전 주주들은 뭐가 되나. 한전은 자본금에 걸맞은 2조5000억원 내지 3조원 수익을 냈어야 한다. 한전이 30조원 정도 흑자를 낼 때까지는 전기요금 깎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 알고 보니 박용만 회장도 사인 못 한다고 했다더라. 우린 서비스업이 돈 버는 꼴을 못 봐준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연일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은 누군가 투자를 해서 사업 벌여야 가능한 것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도 투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지한 것이다. 김종인 대표 강연을 굳이 가서 들었다. 요지는 독과점의 횡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제어를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하더라. 그건 아무도 반대 안 한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하에 장사 안 되고 취직 안 되게 하는 게 문제다.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자체를 거부 못 하니까 남용되고 오용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모든 가격과 수수료에 간섭해 왔다. 휴대폰 요금을 월 1000원씩 깎은 적이 있는데 통신3사로 보면 1년에 6000억원이나 된다. 차라리 그 6000억원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게 경제민주화 아닌가. 우리는 카지노든 케이블카든 다른 나라가 안 하는 규제만 하려고 한다. 농업을 농민만 해야 한다거나 병원 원장을 의사가, 약국을 약사만 해야 한다는 것도 엄청난 착각이다. 밑천 가진 사람이 와서 사업 벌이겠다고 하면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그런 의식 자체가 없다.”



-노동개혁법이 무산되긴 했는데, 노동시장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올해도 멕시코에 이어 세계 2위 세계 최장 시간 근로 국가로 발표됐다. 왜 애들한테 일자리 안 나눠주고 자기는 주말에 가족과도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사나. 정년이 57.3세에서 60세로 연장됐다. 젊은이들 취직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덤으로 몇 년 늘어났으니 임금피크제로 임금 30%씩만 줄이고 젊은이들 한 명씩 취직시켜주자는 취지다. 내 아들 취직시킨다고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1년에 3% 임금 인상을 하는 대신 임금 동결하고 그만큼 오버타임을 줄여서 여유분으로 젊은이들을 채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거라도 좀 해보자. 사용자는 한푼도 이익 보는 게 없다. 또 직무성과 따라 차등받는 성과연봉제 방식으로 임금체계 바꿔보자. 깎는 일은 없게 하고, 해마다 인상분만큼이라도 성과에 따라 주자고 근로자끼리 합의해도 좋다. 나이들어 회사 기여가 줄어드는데 고생하는 젊은 사원들 보면 사실 좌불안석일 수 있다. 그럼 한 해에 1∼2%씩만 임금피크제를 해보자. 그것도 10년이 지나면 20∼30%가 된다. 기득권 노동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정치권에 좀 해줄 코멘트 없나.

“해야 될 일을 안 하는 것까지는 용서하겠는데, 안 해야 할 일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 안 해야 될 일은 장사 안 되고 취직 안 되게 하는 것이고, 해야 할 일은 장사 잘 되게 하고 취직 잘 되게 하는 것이다.”

박병원 회장 약력

△1952년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1차관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전국은행연합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노석철 산업부장 schroh@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