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기사의 사진
영화 ‘친구’는 숱한 명대사를 남겼다. 상영한 지 14년이 흘러도 아직까지 여러 사람 기억 속에 생생한 건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대사 하나하나가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게다. 그 가운데 이때까지 무명이었던 김광규를 일약 유명 스타 대열에 오르게 한 대사가 있다. 교사 김광규가 학교 ‘짱’ 역할을 맡은 유오성의 뺨을 부여잡으며 내뱉은 한마디,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아마도 극 중 아버지가 ‘빽’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유오성이 그렇게 심하게 얻어맞는 일은 없었을 듯하다.

이와 유사한 일이 주변에 허다하다. 신입 직원을 뽑는데 신체사항은 물론 부모형제 직업이나 직위 등 가족관계를 요구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개인 능력과 별 상관없는 키, 몸무게, 가족관계를 알아서 어디에 쓸 건지 그 속셈이 궁금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체사항, 가족관계 등은 평등권 침해 및 차별 소지가 있다며 시정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기업 채용관행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518개 기업의 78.8%가 입사지원서에 가족관계를 요구했고 이 중 상당수가 부모형제 직업을 물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맏딸이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을 문제 삼는 것도 오래된 이런 기업 관행과 무관치 않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조 후보자 딸이 아니었어도 YG엔터테인먼트가 대졸 이상으로 제한한 인턴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그를 채용했을지 의문이다.

미국에선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다.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진을 요구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고용평등위원회(EEOC)가 서류심사 시 개인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만 취득하도록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 놓아서다.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성별, 나이, 신체조건, 종교 등도 제외된다. 특히 장애항목은 절대 안 된다. 선입견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인 능력 외에 부모형제 스펙까지 취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니 수저 계급론이 가라앉질 않는다.

이흥우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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