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왜 정부가 잘못했다고 혼내지 않죠?” 기사의 사진
“때로는 잊기 쉽죠. 우리가 대부분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는 것을.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미국 지역신문인 보스턴 글로브의 편집국장 마티 배런은 이런 말을 했다. 탐사보도팀장이 5년 전 보스턴 가톨릭 교회에서 30여년간 벌어진 아동 성추행 사건을 제보 받고도 묵인했던 것을 자책하자 건넨 말이다. 올 초에 봤던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른 건 최근 받은 한 통의 이메일 때문이다. 독자라고 밝힌 발신자는 “기자라면 정부가 바뀔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왜 정부가 잘못했다고 혼내지 않죠?”라며 기자를 질타했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폭탄요금 고지서를 받은 국민들의 분노가 커진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제도 개편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쓴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3단계 누진 구간과 누진율은 1.6배였다. 79년 석유파동 땐 12단계 누진 구간과 19.7배 누진율로 격차를 키우더니 88년에는 석유가격 하락으로 누진율이 4.2배로 줄었다. 95년 석유가격 상승으로 다시 13.2배 누진율이 됐다. 현재 누진제는 2004년 만들어졌다. 12년간 누진제는 그대로지만 생활 패턴은 달라졌다. 사치재로 보던 에어컨도 소비재가 됐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의 태도는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우리 집엔 에어컨이 없다”며 에어컨을 사용하는 가정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누진제 잘못을 지적하는 기자에게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문제점보다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정부 정책을 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다른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른다. 진실 규명을 위해 치열하게 기사를 쓰던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주인공의 말이다. “I’m a journalist, not a publicist(나는 홍보 담당자가 아니고 기자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글=서윤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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