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68> 꼴찌의 미소, 이장호 감독 기사의 사진
이장호 감독. 작가출판사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장호(1945년생) 감독. 사진은 2013년 발간한 책 ‘이장호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의 표지다.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다. 투박하고 정감 어린 저 미소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유명 만화가 박재동(1952년생) 화백은 이장호 감독 웃음의 비밀을 늘 궁금해하다 최근 그 비밀을 찾아냈다. ‘꼴찌’가 답이었다.

얼마 전 박 화백이 이 감독에게 자신의 꼴찌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고교 시절 전교 471등으로 전체 꼴찌를 차지했다. 학교로부터 부모 소환 조치를 받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성적표를 아버지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다가 아들에게 한마디 했다.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는 법이지. 그리고 아버지는 뒷모습을 보이고 사라졌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 감독은 껄껄 웃었다. 자신도 고교 시절 꼴찌였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도 꼴찌 성적표를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성적표를 들여다본 아버지는 갑자기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천천히 풀었다. 순간 이 감독은 눈앞이 아찔했다. 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꼴찌가 있으니 1등도 있지. 그리고 손목시계를 이 감독에게 채워주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박 화백은 이 감독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진정한 꼴찌가 여기 있었구나.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3일 이장호 영화연구소 설립을 위한 발기인들이 작가출판사에 모였다. 문화계 전문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박 화백은 이 감독 미소 사진의 비밀을 폭로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꼴찌의 미소는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와 같은 문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꼴찌는 훗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 되었다. 꼴찌를 인정하는 사회는 실패와 좌절을 인정하고 보듬는 사회다. 우리는 어쩌다가 1등만을 강요하고 인정하게 되었는가.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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