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N] “하나님이 性피해 여성 울음 듣고 나를 쓰시는 것”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다음세대 N] “하나님이 性피해 여성 울음 듣고 나를 쓰시는 것” 기사의 사진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26일, “성착취 피해 청소년을 탓하는 사회가 돼선 안 된다”며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은 모든 어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조진경(47·여)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라는 이름으로 성적 착취를 당하는 여성들과 16년을 함께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2012년에는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 인터넷을 중심으로 10대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법률·의료·심리상담 및 주거·일자리 지원을 하고 있다. 짧은 머리에 허스키한 목소리의 그를 26일 서울 영등포구 센터 본부에서 만났다.

2000년부터 성매매근절운동

조 대표가 성매매 피해 여성을 돕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를 거쳐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여성신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간사로 일하며 기생관광, 기지촌 등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평택과 동두천 등 기지촌 여성들을 만나 실태조사를 하면서 느낀 건 성매매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인 사회 문제라는 것이었다.

암묵적으로 기지촌의 존재를 인정하는 정책과 사회 탓에 연예활동 비자로 입국한 빈곤국 여성들은 기지촌 성매매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 ‘불법 성매매의 사각지대’에 놓인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가정해체로 보호자도, 거주지도 없어 생계가 막막한 가출 청소년들 역시 매춘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

간사 활동을 계기로 성매매 근절 운동에 투신한 그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성매매피해여성 상담소 ‘다시함께센터’ 소장을 맡는 등 10년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 2009년 돌연 활동을 접었다. 당시 성매매를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하고 합법화하자는 이들이 여성들의 밥줄을 앗아간다며 조 대표의 성매매근절운동을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던 성매매 여성이 경제적 이유로 다시 집창촌으로 돌아가곤 하는 것도 그를 좌절케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사회에 염증을 느껴 캐나다로 떠났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전 세계 성매매근절 활동가들과 만나게 됐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

“토론토대학에서 열린 한 워크숍에서 성매매근절 활동가들을 만났는데 다들 어려운 처지에서도 꿋꿋이 활동하더군요. 이들과 교류하며 제가 할 일은 ‘희망 없이 희망하는 것’임을 알게 됐어요. 변화가 없어 보여도 끝까지 문제에 부딪혀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요.”

10대 여성들 보호, 그분께서 기뻐하는 일

다시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키로 결심한 조 대표는 2011년 한국에 돌아와 여성 청소년 성매매 실태에 눈을 돌렸다. 10대 여성 성매매 문제는 예전과 달리 온라인상으로 옮겨가 더 심각해진 양상을 보였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나 카페,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성매매 거래가 이뤄져 여성 청소년들이 성폭행 감금 살인 등의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여성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을 느낀 조 대표는 이듬해 센터를 설립했다. 현재 여성가족부 수탁사업인 ‘사이버또래상담원(사또)’ 제도와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의 훈련을 받은 ‘사또’들은 채팅사이트 등을 모니터링하다 ‘잘 곳이 없다’ ‘가출팸 모집’ 등의 글을 작성한 위기 청소년에게 메시지를 보내 성매매 예방 활동을 펼친다. 교육센터에선 위기 청소년의 필요를 파악해 심리·법률·의료지원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그가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건 청소년 성매매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성매매 피해 10대 여성들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위 ‘까진 아이들’이 성인을 유혹해 생긴 일이므로 성범죄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 가담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는 “성적 착취를 당한 청소년들이 범죄 가담자로 전락치 않도록 지원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라며 “사회의 관심이 적은 이 일에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표는 죄질이 나쁜 사건을 많이 대해 감정적 소모가 큰데도 지금껏 지치지 않을 수 있는 비결로 신앙을 꼽았다.

“성매매여성 인권운동을 하며 제가 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하나님께서 이들의 울음을 들으시고 저를 쓴 것뿐이죠. 그분이 기뻐하는 곳에서, 이 일을 하는 제 삶이 영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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