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안충영] 위기의 造船 중소기업, 희망은 있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 우리나라 조선업의 본향 울산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한국동서발전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들을 발전산업과 접목시키는 상생협력 발대식을 개최했다. 대형 조선사에 소재와 부품을 납품하던 지역 중소기업들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발전산업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필자는 축사를 통해 다른 업종 간 창의적 융합이 시작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하는 상생의 표상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은 우리 경제 압축성장의 상징이었다. 1973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울산 미포만의 갯벌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꺼내놓고 그리스 선주로부터 두 척의 유조선을 수주한 사실은 우리나라 산업사의 전설이 되었다. 도전적 기업가 정신으로 시작된 한국 조선업은 세계 조선업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불과 30년 만에 한국 조선업은 선박의 건조량, 수주량, 수주잔량 등 지표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조선업은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0%, 전체 무역 흑자의 71%, 제조업 고용에서 2.8%를 차지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주절벽에 부닥쳐 생사를 넘나드는 경영난에 처해 있다. 중국이 2012년부터 조선업의 3대 지표에서 우리를 앞질렀다. 올해 연간 수주 물량 30억 달러를 예상했으나 8개월이 지난 현재 수주액은 1억6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중국 조선공업의 기술 약진과 과잉 투자에 이어 세계적 저성장과 유가 하락이 선박 수요와 해양플랜트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격경쟁력을 지닌 중국 조선업계마저 과잉 투자로 말미암아 설비의 40%가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그 결과 대형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과 거제 지역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완성품을 역분해(reverse engineering)하여 기술을 익혀 왔다. 공업화에서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선업 협력업체들이 발전산업에서 역분해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조선업 경기는 하강하고 있으나 에너지 신산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파리 기술협약 이후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청정에너지가 미래의 먹거리산업이 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은 발전, 송전, 배전, 저장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친환경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조선업에 소요되는 볼트, 너트, 터빈, 물 처리 등은 발전산업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며 공정이다. 조선 기자재의 구조와 기능에서 설계 변형과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면 발전산업과의 상생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조선업은 해양플랜트 기반 강화를 위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높이는 한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특화하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은 발전 기자재 업체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국내 시장을 넘어 블루오션으로 등장하고 있는 해외 청정에너지산업에 적극 진출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한 나라의 산업은 국경을 넘어 도입, 성장, 성숙, 쇠퇴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이제 산업의 융·복합은 쇠퇴기 산업의 연착륙도 도울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처럼 심각한 불황에 휘말린 조선 기자재 중소기업들이 기사회생의 길을 찾도록 발전 회사들이 상생의 영역을 넓히고 해외로 함께 뻗어가기를 기대한다. 이런 사례를 거울삼아 철강, 가전, 반도체 중소기업도 구조조정과 함께 융·복합을 통해 미래 성장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중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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