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아파트 후분양제 기사의 사진
지난주 정부가 가계 빚 대책을 발표했다. 올 들어서만 두 번째, 박근혜정부 들어 다섯 번째 대응이다. 언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다. 가계 빚이 지난 6월 말 1257조3000억원, 연말이면 1300조원을 웃돌 수 있음에도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구당 평균 빚은 6718만원, 가처분소득 대비 162.9%이다. 생활비로 월 300만원을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으면 11년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빚이 소득의 40%가 넘는 한계가구가 무려 160만 가구다.

가계 빚은 부동산과 밀접하다. 전체 가계대출의 70%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고, 그중에서도 분양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의 급등세는 치명적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은 작년 말 12.4%였으나 올 6월 말 49.2%로 가계대출을 주도했다.

가계 빚 해결의 전제는 집단대출 억제다. 집단대출과 뗄 수 없는 게 아파트 선분양제다. 그렇다면 후분양제가 대안이다. 후분양제는 아파트가 완공되기 직전 수급이 이뤄진다. 소비자가 완성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사전비용인 집단대출이 필요 없다. 1977년 아파트 분양가 규제와 함께 도입된 선분양제의 핵심은 건설업체 자금난 완화다. 아파트 공급이 최우선 정책이었던 당시 업체를 위한 최대의 혜택이었다.

후분양제의 단점도 또렷하다. 구매자에게 한꺼번에 부담을 지운다. 그러나 여건이 바뀌었다. 주택보급률이 100% 넘고 금리는 역대 최저다. 거품을 없애고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 기회다. 양날인 ‘가계 빚과 부동산 경기’ 함수를 조율할 수 있는 시점이다.

정부는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등을 고쳐 1997년부터 후분양제를 시행하겠다고 95년 1월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그대로다. 업체를 물리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정책은 선택이란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부동산’보다는 ‘빚’이다. 아파트 후분양제가 진지하게 검토돼야할 때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