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가계부채 대책 효과 있을까 기사의 사진
지난 주말 또다시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됐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토교통부까지 참여해 범부처 차원의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것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가계부채 부담의 잠재적 폭발력을 우려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만 54조원 증가한 데 따른 대응 정책으로 보인다.

대책은 공공택지 공급 축소, 집단대출 보증비율 인하,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등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룬다. 2014년 부동산 시장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가계대출 규제 완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70%가량이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중도금 집단대출에 기인했다는 점이 반영된 조치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킬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럴 것 같지 않다. 공공택지 공급 축소는 이미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는 주택공급을 억제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부동산 가격 폭락을 방지해 가계부채의 대규모 부실을 방지하자는 차원의 정책이므로 가계부채 규모 억제와 직접적 관련은 크지 않다. 나머지 대책에도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 핵심 내용이 빠져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집단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10% 포인트 내리거나 상호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선언 정도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인 듯 보이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한 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교과서적으로 들리겠지만 정책 수립과 집행의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먼저 정부가 한계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원칙을 가지고 꾸준하게 추진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 영역에서 정부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정상적인 상황 아래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규모를 직접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하여 금융 규제를 활용해 부동산 경기를 관리하거나 연착륙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의 상당부분이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굳이 하려고 시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사실 정부 특히 금융 당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모든 금융회사에 대해 예외 없이 요구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상환능력은 소득을 의미하는 것이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계부채 문제를 우리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계가 엄청난 규모의 연금 자산, 즉 미래 소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담보가치만을 평가하는 후진적 관행을 벗어나 차주의 상환능력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대출 원칙이 정착된다면 별도의 조치 없이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수준에서 진정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에서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포함하고 현재 수도권에 한정해 적용되고 있는 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제2금융권이나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될 것임은 물론이다. DTI 상한을 여유롭게 설정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창균(중앙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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