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승욱] 오바마 원 모어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미셸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사우스사이드 위드 유(Southside With You)’가 미국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3위로 수입이 300만 달러다. 흥행에서 대성공은 아니지만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시카고에서 일하는 미셸에게 법대생 인턴 버락이 데이트를 신청하는 이야기다. 오바마가 직접 공개한 데이트 첫날을 재구성해 만들었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영화다.

이런 영화가 미국 전 지역 800개가 넘는 영화관에 걸릴 만큼 오바마는 인기가 좋다.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사로 나섰을 때 대의원들은 “오바마, 한 번 더(Obama, one more)”를 외쳤다. 미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는 곳곳에서 “한 번 더”라는 말을 들었다.

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8월 오바마의 지지율(presidential job approval)은 53%다. 사실 이 수치는 오바마의 대중적 인기가 다 반영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갤럽은 1937년부터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했다. 역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10월(대선을 1개월 남긴 시점)의 지지율은 1960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58%로 가장 높다. 물론 존 F 케네디는 제외했다. 두 번째는 2000년 빌 클린턴의 57%다. 로널드 레이건(1988년), 제럴드 포드(1976년)는 모두 50%가 넘었다. 오바마가 지금 기록을 10월까지 유지하면 동메달이다. 최악의 기록은 조지 W 부시가 가지고 있다. 2008년 10월 그의 지지율은 25%까지 떨어졌다. 하늘을 찌르는 오바마의 인기는 전임 대통령의 기저효과일지 모른다.

임기 중 오바마의 지지율은 극단적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뚜렷하다. 대표적인 양극화다. 지난달 22일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오바마 지지율은 91%, 공화당 지지자의 지지율은 11%였다. 오바마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매우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해 12월 지지율을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81%대 10%다.

오바마가 첫 흑인 대통령이어서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부채질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뚜렷한 지지층을 확보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는 점은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다. 두루두루 인기가 좋은 것보다 오히려 파워가 세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대신해 트럼프와의 전투에 나서기도 한다. 차기에게 힘을 나눠줄 수 있는 현직이다. 그래서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슈퍼덕(super duck)이라고 부른다. 절름거리기는커녕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말년도 편하다. 휴가 중 루이지애나 홍수 보고를 받고 다시 골프를 치러 나갈 정도다.

어느 나라에서든 지지율은 정권의 힘을 의미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지지율 62%를 기록하며 세 번째 연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보여주는 거침없는 행보는 지지율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누가 뭐라 해도 지지율의 첫 번째 기반은 경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지지율이 좋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백악관은 얼마 전 오바마가 곳곳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좋아하는 농구코치 자리도 나오지 않는 상황은 단순한 코믹이 아니다. 실업자 문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담은 홍보물이다. 그게 소통이다. 내 고민을 대통령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마음이 풀어진다. 이런 건 훈화로 해결할 수 없다.

고승욱 국제부장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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