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목숨보다 중한 골프 기사의 사진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태로 앞차를 추돌하며 기절한 택시기사, 이 긴급 상황에서 자동차 열쇠를 빼 트렁크를 열어 골프백을 갖고 그냥 가버린 두 승객. 구호행위나 최소한의 조치없이 떠난 것은 해외 골프여행을 위한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봐였다.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응급 처치를 했거나, 즉시 119 신고를 했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응급조치 또는 신고를 도와 달라고 하고 떠났다면, 그는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20대 국회에 또 발의됐다. 18대 때는 자동 폐기됐었는데 도덕적 행위를 과연 법제화할 수 있느냐, 구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구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지 여부는 개인의 판단과 자유이고, 선행 또는 도덕적 의무감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법만능주의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다 합리적인 지적이다.

그렇지만 말이다. 객관적으로 모호하고 현실적 실효성이 없다 하더라도 법 존재 자체만으로 타인의 명확한 위험상태를 그대로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주지 않을까. 이것이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자극하는 최소한의 기제로 작동하지는 않을까. 구조 의무를 하지 않은 ‘나쁜 사마리아인’에 대한 처벌 조항은 주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부 주가 채택하고 있다. 공동체와 타인을 대하는 그네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사례가 지금 우리가 처한 공동체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도덕적 비난은 할 수 있을지언정 현행법으로는 문제가 안 되는 개별적 사례를 공동체의 현실과 결부시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을 게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나 책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명백하고 긴급한 타인의 위험상황을 모른 채 지나치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골프 하루 안 쳤다고, 여행 하루 덜 했다고 죽기까지야 하겠나.

글=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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