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다시 볕드는 태양광… 폭염이 일깨운 ‘생활 에너지’  우리 곁으로 성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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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업 실적만 갉아먹는다는 평을 받았던 태양광 산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한 올 여름에는 태양광시설이 전기료 폭탄 예방책으로 각광받으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전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사업 확장과 단순한 발전용 시설을 넘어 자동차 비행기 주택 등 각종 생활분야로 수요처가 확대되면서 당분간 태양광 산업의 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돈이 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쏠림현상과 중국발 과잉공급 우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우리 기업의 특성과 잠재력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떴다가 유럽재정위기 후 침체

태양광 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국제유가가 2008년 들어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태양광은 석유를 대체할 최적의 신재생에너지로 부각됐다. 독일과 스페인, 일본이 시장 선점에 나섰고 고유가 상황과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개발이 진행됐다.

태양광 산업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유럽재정위기가 기폭제가 됐다. 태양광 산업 선두주자인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자 직격탄을 맞았다. 설비운용에 따른 부담 가중과 태양광 모듈의 가격 하락 등으로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체코 등은 2011년부터 태양광산업의 보조금 지급을 축소했다. 스페인의 경우 2012년 6월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공급 과잉도 문제였다. 1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은 2배가 넘었다. 2010년까지의 호황 이후,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결과 공급이 과잉돼 가격 하락을 야기했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미국 태양광업체 솔린드라와 스펙트라 와트가 이때 파산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KCC, 현대중공업, 한화솔라원 등 이 시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수요확대, 에너지다각화 정책으로 재기

3∼4년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태양광은 2014년말 이후 중국·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 다각화 정책, 기술혁신에 따른 원가절감, 수요처 다변화 등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중국은 태양광산업 원조인 유럽시장이 침체한 틈을 타 현재는 전세계 태양광 생산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 태양광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역시 신재생에너지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태양광시장 규모가 지난해 11억2000만 달러에서 2018년 14억4000만 달러(IBIS월드 기준)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주내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태양열 패널 지원에 1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도는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 달성의 핵심수단으로, 아프리카는 에너지 빈곤 탈출을 위해, 심지어 석유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도 석유위주 산업 재편 차원에서 태양광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0년 전후 단순한 수요의 부침에 따라 태양광의 성쇠가 결정된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 ‘세계에너지개요 2014’에서 향후 태양광이 2050년 전체 발전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2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 덕분에 태양광 인기몰이

기업만의 영역으로 알려진 태양광이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선 것은 7∼8월 지속된 폭염 덕분이다.

전기료 누진제로 국민들의 불만이 점증한 상황에서 자체 발전용량을 이용하면서 전기료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SH공사는 전기료 폭탄이 우려되는 임대아파트 내 에너지 취약가구에 베란다용 태양광 미니발전소 3000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태양광의 실생활 진입은 예상외로 빨리 진행 중이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지난달 1일 태양광업체 솔라시티를 인수, 태양광발전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비행기 ‘솔라 임펄스2’는 세계 최초로 기름 한 방울 없이 505일의 여정 끝에 지난 7월 26일 세계일주에 성공했다. 서울시가 1∼3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2016 서울 태양광 엑스포’에는 태양광 주택, 하이브리드 가로등, 태양광 텐트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용제품들을 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발전 설비 외에 집,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태양광 모듈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태양광 투자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기적 관점서 선택과 집중해야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우리 기업들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만 17GW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중국 정부의 올해 태양광 목표인 약 20GW에 육박한 수치다. 목표를 채운 중국 기업들은 하반기 태양광 전 분야에서 해외공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발 저가 공세가 자칫 태양광시장을 흐릴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강정화 연구원은 “진입 영역을 세분화한 뒤 거기에 초점을 맞춰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고효율 가정용 시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장 경쟁이 격화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양성진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현재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치열해 무작정 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경기사이클이 좋지 않을 때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강점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업체의 경우 초기의 불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투자 끝에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화는 2011년 1억7000만 달러 적자 등 4년 연속 태양광산업에서 적자를 봤지만 자산매각 없이 꾸준한 투자를 한 끝에 지난해 2분기부터 사업을 흑자로 돌려세웠고 지금은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우뚝 섰다. 2010년도에 처음 태양광 제품을 출시해 악전고투하다 2014년에 흑자로 전환한 LG전자도 고출력 시장 중심으로 판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글=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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